여야 총무들,회담결과 멋대로 해석-발표 일쑤

  • 입력 1998년 10월 11일 19시 08분


여야정당을 대표하는 원내총무들이 ‘입조심’을 제대로 못해 중요한 고비마다 일을 그르치는 일이 최근 들어 잦아졌다. 총무들이 회담 결과를 ‘아전인수’로 해석, 멋대로 발표했다가 합의사항이 파기되거나 발언내용을 해명하는 소동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

10일에는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총무가 구설수에 휘말렸다.

문제의 발단은 이날 3당총무회담 직후 자민련 구천서(具天書)총무가 회담내용을 발표하면서 “박총무가 그동안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 공격과 김종필(金鍾泌)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지연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공개했다. 구총무는 또 “당시 한나라당이 과도체제여서 제대로 못했으니 양해해 달라는 말까지 박총무가 했다”고 덧붙였다.

이 얘기가 한나라당에 전해지자 총리인준 파동 당시 당지도부였던 조순(趙淳)명예총재와 이한동(李漢東)전부총재, 서청원(徐淸源)전사무총장 등 비주류측이 발끈했다.

비주류측은 “그 발언이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총리임명동의안을 극력 반대한 쪽은 이회창(李會昌)총재측이 아니었느냐”고 반박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박총무는 뒤늦게 해명자료를 내고 이같은 내용을 극력 부인했다. 또 변정일(邊精一)총재비서실장은 직접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의 발언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에 한총무는 “박총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박총무를 감싸주었고 이 바람에 사태는 간신히 매듭됐다.

또 2일의 3당 총무회담에서는 여야영수회담 건의 등 ‘3개항 합의’를 이끌어냈으나 여당측에서 “이총재가 ‘세풍’사건에 대해 사과하기로 했다”며 유리하게 해석, 합의사항이 3시간만에 파기되는 파동을 빚었다.

이에 앞서 8월에는 총리임명동의안을 재상정해 처리키로 합의하기 하루 전날 자민련 구총무가 “한나라당이 임명동의안을 처리해주기로 했다”고 사전에 기밀을 누설, 국민회의 한총무로부터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짓”이라는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문 철·김정훈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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