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은 언제쯤?]여야 『마주앉기엔 아직…』

  • 입력 1998년 10월 13일 19시 51분


여야영수회담은 언제쯤 열릴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오찬을 마치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작별악수를 나누며 “빠른 시일 내에 한번 만나자”고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영수회담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들의 견해는 다르다. 김대통령의 말은 ‘의례적’인 수준이라는 것.

이강래(李康來) 청와대정무수석은 13일 “국회를 원활히 풀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여야영수회담이 거론될 수 있지만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즉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판문점 총격요청사건이나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은 정치적 절충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지원(朴智元) 청와대공보수석도 “김대통령은 여건이 충분히 성숙되면 여야간에 협력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여건 성숙’을 강조하면서 영수회담시기는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여권이 생각하는 여건은 세풍과 총풍사건에 대해 한나라당이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것.

반면 한나라당은 이날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가야 한다는 기본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현재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선(先)사과’ 불가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안상수(安商守)대변인은 회의 후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고 사과할 것이 있다면 사과하겠다”고 말해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여야는 이미 물밑접촉을 통해 경색정국 해결을 모색해 왔으며 이총재의 등원결정이나 김대통령의 ‘작별인사’도 이같은 흐름속에서 나왔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결국 여야 모두 영수회담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명분을 의식, 이리저리 재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총풍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되는 다음 주말을 전후해 여야가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결단을 모색, 여야영수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임채청·문 철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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