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쩍 내각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는 16일 부산 동의대 특강에서 내각제 실현을 재차 다짐했다.
김총리는 특히 “미봉책만으로는 망국적인 지역감정풍조가 극복될 수 없다”며 “명약은 역시 내각제”라고 주장했다.
김총리는 최근 사석에서 “내가 지역구까지 내줬는데 무엇인들 못하겠느냐” “5·16을 하는 심정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한동안 “경제난 극복이 시급하다”며 내각제 언급을 꺼렸던 김총리가 이처럼 발언수위를 점차 높여가는 속내는 무엇일까.
측근들은 “경제회생 우선론에 밀려 사그라져 가는 내각제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는 게 김총리의 간절한 생각”이라고 설명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우선 김총리 발언에는 국민회의측의 ‘딴소리’에 대한 강한 경고의 뜻이 담겨 있는 듯하다.
‘지역연합’이니 ‘민주대연합’이니 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고 심지어 ‘DJP합의 자연소멸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쐐기를 박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날 김총리가 말한 ‘미봉책’도 이런 ‘딴소리’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자민련 내부의 시각차를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박태준(朴泰俊)총재와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 등 당내 대구 경북(TK)세력이 내각제에 대해 다소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총재는 “합의는 지켜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 아래 “하지만 지금 내각제를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박의장은 아예 “지금은 내각제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고 못박고 있다.
따라서 내년초부터 본격적으로 내각제를 공론화할 계획인 김총리의 구상에 과연 이들이 보조를 맞춰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특히 박의장의 경우 “김총리쪽보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입장에서 생각할 것”이라는 게 측근의 얘기다.
현재 자민련 내에서 내각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인사는 김총리의 최측근인사인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다. 김총리와 김수석부총재의 내각제 발언수위가 점차 높아가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내 내각제 세력을 끌어안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