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전당대회 이후의 시간들은 이총재에게 정치의 쓴맛과 함께 고단함만 던져줬다. 정치권 사정, 야당의원 빼가기, 국세청 대선자금모금사건, 판문점 총격유도사건, 그리고 이에 맞선 잇단 장외투쟁 등으로 그의 모습은 ‘백병전을 치르는 이등병’과 별 다름 없었다.
그러나 이총재는 국감이 시작되는 23일부터 정기국회 폐회때까지 두달 가까이 모처럼 여유를 갖고 총재경선 당시 내세웠던 ‘새로운 정치’ 구상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전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중 총격요청사건 수사발표와 여야영수회담 등 주요 정치일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숨돌릴 틈조차 없었던 총재취임이후 두달 가까운 시간만큼 바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이총재는 먼저 ‘새로운 정치’를 펴는데 밑바탕이 될 당체제정비에 마음을 쓸 것으로 전해졌다. 전당대회가 끝난지 오래건만 아직도 부총재단 등 당지도부는 물론 공약이었던 ‘예비내각’ 구성도 안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향후 김대중(金大中)정부와의 협력 및 투쟁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그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구상대상.
이와 함께 사정대상에 올라 향후 거취가 불투명한 김윤환(金潤煥)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 등에 대한 배려나 이한동(李漢東) 김덕룡(金德龍)전부총재 및 서청원(徐淸源)전사무총장 등 이른바 ‘비주류 3인방’과의 관계개선 문제 등도 이총재가 풀어야 할 과제다.
한편 이총재 측근들은 이총재가 ‘방학일정표’를 좀더 알차게 꾸밀 수 있도록 ‘브레인 스토밍’을 계획중이다.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