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꺼지지않은 「銃風불씨」…與,정치-도덕적책임 강조

  • 입력 1998년 10월 23일 06시 48분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에 대한 여권의 마무리 작업이 다소 복잡한 방식으로 흐르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동생 회성(會晟)씨에 대해 법적인 책임보다 정치적 도덕적 책임추궁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검찰은 26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회성씨에 대한 혐의점은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제로 “배후세력에 대해 계속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도의적 책임에 무게를 두되 법적인 책임 역시 ‘불씨’로 살려두겠다는 것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등 여권 핵심부도 22일 “3인조가 총격요청을 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이총재 등과 자주 만나 15차례나 보고서를 전달했다면 이총재도 이 사건에 대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검찰이 회성씨를 한성기(韓成基)씨 등 3인방과 함께 기소하지는 않기로 방침을 정한 데 대해 한때 여야간 타협설이 나돌기도 했다. ‘회성씨 불기소〓고문주장 중단’이라는 시나리오에 따라 사건이 유야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회성씨에 대한 수사는 끝나지 않았고 국세청대선자금모금 사건관련 수사도 아직 살아있다”고 말해 회성씨의 사법처리 문제가 소멸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안기부와 검찰관계자들도 “이 사건은 빅딜의 대상이 아니다”며 “변호사의 접견과 신체검증 등으로 시간이 없어 아직까지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며 수사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권이 총격요청사건과 고문시비에서 꼬리를 내리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대대적인 공세를 준비중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여권이 정치복원을 구실로 한나라당의 다른 비리사실을 덮어주는 대신 총격요청사건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처럼 여론을 조작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22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고문 진상을 끝까지 밝히기로 한 것도 이때문이다.

〈김차수·윤영찬기자〉kim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