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李총재 표정 밝았다…영수회담 이어질지 관심

  • 입력 1998년 10월 23일 19시 27분


23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어느 때보다 표정이 밝았다.

비록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을 위한 공식행사였고 동석자도 많아 개별대화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12일의 방일설명회에 비하면 분위기가 상당히 유연해졌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 여야관계 해빙기가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 현 정권 출범 이후 좀처럼 가시지 않았던 정치권의 한랭전선이 서서히 걷힐 것이라는 긍정적 징후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영수회담 개최원칙에 대해 여야가 활발한 물밑접촉 결과 의견접근을 이룬 상태다. 국민회의는 이미 김대통령에게 회담개최를 건의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판문점 총격요청사건도 당초 ‘태풍’이 ‘저기압’으로 소멸돼 정치권, 특히 이총재를 비켜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야관계의 정상적 복원을 위해서는 여전히 몇가지 변수가 남아 있다.

우선 총풍사건수사결과 발표 직후로 예상되는 이회창총재의 ‘세풍(稅風)’과 ‘총풍’에 대한 태도다. 여권은 세풍사건에 대해 이총재의 사과 또는 최소한 유감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회의 고위당직자는 “이는 영수회담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에는 한나라당도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어 절충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문제는 총풍사건에 대한 입장차이다. 여권은 이 사건에 대한 이회창총재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분명히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현재 태도로 미뤄볼 때 오히려 고문조작공방으로 양상이 또다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회의가 수면 하에서 재개하고 있는 한나라당의원 영입도 강한 폭발력을 지닌 뇌관이다. 국민회의는 정기국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추가영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나 의원영입이 가시화될 경우 한나라당의 강한 반발 또한 뻔한 일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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