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분기(7∼9월) 협의때 정부와 IMF는 연말 본원통화한도를 25조6천억원으로, 총유동성(M3)증가율을 13.5%로 묶어 놓았다. 정부가 돈을 풀고 싶어도 이 한도를 넘지 못한다는 뜻이다.
IMF는 이번 협의에서 분기별로 규정하던 본원통화 공급한도를 아예 삭제했다. M3도 한도를 두는 대신 구속력이 없는 전망치로 바꾸었다.
한국은행 정희전(鄭熙全)통화운영과장은 “정부와 IMF는 3·4분기 정책협의 때 통화운용 목표를 실물경제 회복에 두기로 합의했다”며 “IMF는 사실상 이때부터 통화운용 권한을 한국 정부에 맡기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IMF는 이번 협의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외환시장이 안정된만큼 마지막으로 쥐고 있던 ‘분기별 본원통화 한도 설정’ 조항을 내년부터 완전히 삭제해주었다.
그러나 이번 정책합의문에 ‘콜금리는 필요한 경우 오르고 내리게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남겨둬 IMF가 국내 통화정책에 간섭할 여지는 남겨두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외환시장의 불안이 재연되면 즉각 다시 개입해 콜금리 인상→시장금리 인상 수순을 밟아 고금리 정책으로 선회할 수 있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아직 통화관리 자율권의 완전회복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금융전문가들은 “어찌됐든 IMF 통화정책 프로그램의 근간인 본원통화 한도 설정이 이번에 삭제됨으로써 실물경기 회복에 목표를 둔 자율적인 통화정책 운용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IMF는 대출금 상환 연장 여부도 한국 정부의 결정에 완전히 맡겼다.
재경부 김우석(金宇錫) 국제금융국장은 “IMF자금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릴 때보다 금리가 2∼3% 낮아 금리만 따져보면 연장하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국장은 그러나 “IMF자금을 상환하면 국가 신인도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면서 “해외변수가 많이 남아 있어 11월 중순이후 상환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IMF는 이번 협의에서 물가 국제수지 성장률 등 거시경제 지표협상이 이틀만에 마무리됐을 정도로 별이견이 없었다.
IMF는 특히 한국 정부의 금융구조조정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구조개혁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했다.
〈이강운·신치영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