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이래서야]공무원 국감참석 줄이랬는데…

  • 입력 1998년 10월 30일 19시 23분


“국무총리의 ‘불호령’도 국정 감사에서는 ‘약효’가 별로 없나.”

김종필(金鍾泌)총리는 29일에 이어 30일에도 정부기관과 산하단체가 국정감사를 받을 때 국장급이상과 과장급 필수요원만 참석시킬 것을 엄중 지시했다.

김총리는 특히 “장관이나 단체장은 소관업무에 대해 깊이 공부해 답변에 임하도록 하라”며 “자신이 없으면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고까지 강조했다.

총리실 정무비서실은 총리의 ‘엄명’에 따라 이날 각 국감장에 직원을 파견, 지시사항 이행여부를 점검했다. 하지만 이날 국감현장에서도 총리 지시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산업자원위의 한국전력공사에 대한 국감의 경우 60명가량의 한전간부가 현장에 배석했고 국감장 바로 옆방에는 70여명의 직원이 부서별로 모여앉아 답변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한 직원은 “그런 지시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렇더라도 피감기관으로선 발등의 불인 ‘국감 방어’가 더 급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재정경제위의 통계청과 기술신용보증기금에 대한 국감장에서는 주요부서의 사무관급 직원까지 국감장 주변에서 답변 자료를 준비했다. 한 사무관은 “총리 지시는 의례적인 지시가 아니었겠느냐”며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환경노동위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감에서도 총리 지시가 지방까지는 내려오지 않았는지 종전과 마찬가지로 50∼60명의 공무원이 자리를 지켰다.

한국공항공단과 교통안전공단측은 건설교통위의 국감에서 일부의원들이 “몇명이나 국감장에 나왔느냐”고 묻자 “15∼20명”(공항공단)“10명정도”(교통공단)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임이 금새 드러났다. 국감장 주변에 수십명의 직원이 대기하고 있는 게 확인됐다.

반면 방송위원회는 문화관광위의 국감에서 참석인원을 당초 계획보다 줄여 10여명으로 제한하는 ‘성의’를 보였다.

한편 국회 관계자는 “업무특성에 따라 실무자가 답변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는 게 아니냐”며 “총리 지시가 비현실적인 것 같다”고 한마디했다.

〈문 철·공종식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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