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무산/협상전말]異見 해소하면 또 異見

  • 입력 1998년 11월 9일 19시 46분


여야는 영수회담과 관련해 회담 당일인 9일 오전까지 합의문 작성을 위한 절충을 계속했으나 한나라당측이 제기한 편파 보복사정 중단 등 3개 추가 요구 사항이 걸림돌로 작용함으로써 회담이 무산됐다.

그러나 양당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중(訪中)하루 전인 10일 영수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막판협상을 계속하기로 해 일말의 여지를 남겼다.

▼ 양당 잠정 합의사항 ▼

○…양당은 하루전인 8일 오후까지 합의문 골격에 의견 접근을 봤었다. 합의문은 전문을 포함해 모두 5개항. 전문은 ‘국난극복을 위해 소모적인 정쟁을 지양하고 상호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여야간 대화와 타협을 통한 성숙한 정치를 복원키로 합의했다’는 내용. 여기에 △여야 경제협의체 구성 △개혁 및 민생현안의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 △경제청문회 개최 △정치관계법 개정 △지역갈등 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강구 등의 합의사항이 담길 예정이었다.

하지만 두가지 문제가 여야간 협상의 막판 걸림돌이 됐다.

먼저 경제청문회 개최시기를 둘러싼 여야간 이견이었다. 국민회의측은 청문회 개최시기를 예산안처리시한(12월2일) 다음날인 3일로 못박자고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측은 개최시기의 명시에 대해 반대입장을 피력하며 ‘예산안이 통과되는 대로’라는 선에서 합의문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다. 이 문제는 결국 국민회의측의 양보로 해결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이 8일 밤 △총격요청사건에 대한 공정한 수사 △보복 표적사정을 통한 인위적 정계개편 중지 △불법감청 및 고문행위 근절 등 3개항을 추가요구해 최종합의문 작성이 무산됐다.

▼ 국민회의 ▼

○…국민회의는 9일 영수회담이 끝내 무산되자 “총장 총무회담에서 합의한 사안을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또 뒤집었다”며 성토분위기 일색. 협상을 주도했던 한화갑(韓和甲)총무는 한나라당측이 추가 요구사항을 제시하자 “총장 총무회담에서 확인한 내용도 이총재가 부인하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가서 3개항에 대한 확답을 받아오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흥분.

한총무는 한나라당측의 입장 변화가 없자 당사 입구에 대기중이던 승용차로 내려가 카폰을 통해 박희태(朴熺太)총무와 통화를 시도. 이과정에서 한총무는 한 손에 수화기를 든 채 허공을 향해 연방 삿대질을 했고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실에서도 “이총재가 대통령 만나서 얘기하면 되는 것 아니냐” “합의가 됐는데 왜 뒤집느냐”며 고성.

▼ 한나라당 ▼

○…한나라당 박총무는 이날 오전 10시반경 국민회의 한총무로부터 “영수회담이 오늘은 어렵겠다”는 전화연락을 받은 뒤 “화성에 가는 것보다 어렵구먼…”이라고 말꼬리를 흐리며 허탈해했다.

박총무는 “어제 협상과정에서는 경제청문회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고 오늘 아침 이총재가 여당측 주장을 수용하는 쪽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해서 결국은 뜻을 굽혔는데…”라며 회담불발을 아쉬워 했다.

박총무는 또 시내 모처에 머물고 있다가 당사로 돌아온 이총재에게 “제가 경제청문회문제로 끝까지 고집을 피우다가 회담이 어렵게 된 것 같다”며 정중히 죄송하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총재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고 총재회담이 불발된 데 대해 상당히 아쉬워 하는 표정이었다.

이총재는 이어 박총무와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 변정일(邊精一)총재비서실장 등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영수회담을 재추진하기 위한 대책을 숙의.

〈윤영찬·김정훈기자〉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