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무산]양측 氣싸움도 회담무산 원인

  • 입력 1998년 11월 9일 19시 46분


9일의 영수회담 무산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간 상호 불신과 이에 따른 기싸움도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대통령과 이총재가 서로 상대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점은 그동안 곳곳에서 감지됐다.

김대통령의 이총재에 대한 불신은 뿌리가 깊은 편. 김대통령은 이총재가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DJ 비자금’을 폭로하고 북풍(北風)도 이용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선이후 정국운영과정에서도 협조하기보다는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다며 서운해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최근 주변사람들에게 “이총재가 국민이 아니라 여당을 상대로 정치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주변에서는 김대통령이 이총재가 다수의석을 가진 야당의 총재라는 현실은 인정하면서도 파트너로서 마음을 열고 국정운영을 협의하는 것에 대해 썩 내켜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총재는 김대통령이 위상에 맞는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며 서운함을 느끼고 있다. 심지어 자신을 ‘말살’하려는 것 아니냐는 피해의식마저 갖고 있다는 것.

이총재는 지난 대선에서 1천만표 가량 득표를 한 만큼 정국운영의 파트너로 인정받아야 하는데도 오히려 김대통령으로부터 계속 뒤통수를 맞고 있어 불만이라고 측근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자신이 한나라당 총재로 선출된 8월31일 서상목(徐相穆)의원을 출국금지하고 이어 ‘국세청 불법모금 사건’과 ‘판문점 총격요청사건’으로 벼랑 끝으로 모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얘기다. 특히 ‘국세청 사건’사과 등으로 꼬인 정국을 풀려고 하면 그때마다 여권이 자신과 가까운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해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 ‘여권에 강력대응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는 것.

이총재가 최근 사석에서 “김대통령이 이렇게 하면 임기를 못채울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생각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사람이 대승적 차원에서 불신과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와 협력의 길을 모색할지 정가의 관심이 높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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