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양국 정상은 대북정책에서 손발이 맞는 것은 물론 마음까지 맞았다”며 회담 결과가 한국측의 기대대로 된 데 대해 만족을 표시했다.
두 정상이 회담에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제네바합의의 이행이었다. 북한의 일탈 가능성과 미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의 대북 강경론을 의식한 때문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이 이날 회담과 회견을 통해 북한에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내고 김대통령이 지하핵시설에 대한 현장방문 관철 의지 등을 확고히 표명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만약 최악의 경우 제네바합의가 이행되지 않아 북한이 동결된 핵시설을 재가동한다면 6주내에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와 관련, 이홍구(李洪九)주미대사는 “클린턴대통령의 경고메시지는 경고로서의 의미보다는 북한도 결국 한미 양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대북 포용정책이야말로 현실적으로 최선의 정책임을 재확인하고 이를 일관성있게 추진키로 한 것도 이같은 긍정적 전망에 기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이 특히 북한의 긍정적 변화사례를 열거하면서 남북한간에 불필요한 긴장이 조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 것은 미국의 ‘북폭론’이 비등했던 94년과 같은 위기가 재발되는 것은 경제회생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6월 워싱턴 한미정상회담 이후 5개월만에 교환방문이 성사되고 양국간 안보동맹관계와 미국의 대한방위공약을 재확인함으로써 북한의 새로운 압보위협에 대한 한미 양국의 강력하고 확고한 공동대처 의지를 확인한 셈이 됐다.
이날 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내년 6월1일까지 북한의 지하시설 성격규명과 중 장거리 미사일 개발억지 등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면 미의회로부터 중유공급비 등 대북관련 예산을 타낼 수 없다는 미행정부의 고충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인식의 바탕 위에서 두 나라 정상은 대북포용정책의 성과를 면밀히 분석 평가하고 향후 대북정책 기조에 관해 심도있는 의견교환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대북포용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되 북한이 한미관계를 이간시키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아야 한다는 선에서 두 정상의 의견이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