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담에서 다뤄진 경제의제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 △경제교류 확대를 위한 투자협정 조속 체결 추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다자기구를 통한 협력 강화 △철강 반도체 등의 불공정거래 문제 등이다.
클린턴대통령은 한국의 재벌 구조조정이 부진하다는 인식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APEC정상회의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들의 불만표시에 행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재벌개혁의 고삐를 더 세게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대통령은 특히 우리 정부가 철강 및 반도체업계에 불공정한 보조금을 지급하지 말 것과 수입보호장벽을 더 낮출 것을 김대통령에게 요구하는 등 통상공세를 폈다.
데일리상무장관도 “내년이 무역위기의 해가 될 것”이라며 한국 등의 대미수출확대 노력이 통상마찰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 한국측이 마찰요인을 미리 해소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양국 통상장관회담에서 데일리장관은 △95년 이전에 반덤핑 조치가 내려진 14개 품목의 조기 해제 △철강의 덤핑 수출 자제 △미국의약품 차별 철폐 △수입쇠고기 쿼터 확대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측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클린턴대통령이 향후 2년간 미수출입은행을 통해 80억달러 상당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80억달러는 △이미 도입된 단기 수출보험 10억달러 △도입중인 중장기 시설재 도입 보증자금 30억달러 등 40억달러에다 만기연장에 따른 승수효과 및 신규지원분(미정)을 합한 것.
재경부 관계자는 “사실상 신규지원은 별로 없고 이미 도입된 자금이나 도입을 약속한 부분의 만기연장을 합한 것이지만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선 만기연장을 약속한 것 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윌리엄 데일리 미상무장관을 대표로 하는 미국무역투자사절단 파견 약속도 국제시장에서의 한국 신인도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의 요청으로 추진중인 양국간 투자협정(BIT)이 체결되면 미국기업의 한국시장 진출확대와 함께 한국기업의 미국시장 개척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