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심칼럼]「YS증언」의 방식

  • 입력 1998년 11월 24일 19시 49분


여야 총재회담에서 합의한 경제청문회가 날짜까지 잡아놓고 난항이다. 당초 여야가 청문회에 쉽게 합의한 것부터 어쩐지 미심쩍었다. 한나라당이 그렇게 선뜻 받아들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예상이 빗나갔다. 청문회를 통해 환란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고 경제개혁의 교훈을 얻자고 야당이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역시 청문회는 어렵다. 하긴 하는데 여당 하자는 대로는 못하겠다고야당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청문회 자체가 될지 안될지 모르는 상황에까지 이르는 양상이다. 어차피 야당이 합의해준 것, 아무려면 안될 리야 있겠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아 보인다. 특위구성방법이나 청문회기간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타협과 절충의 여지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 환란에 초점 맞추어야 ▼

문제는 증인, 그 중에서도 김영삼(金泳三·YS)전대통령 부자를 어떤 형태로든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부를 것인가, 말 것인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증인채택에 성역은 없다는 입장이고, 한나라당은 YS부자는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면으로 뭔가 흥정이 오갈 만한 공감의 영역이 있을 법한데도 표면상으로는 단호하다. 정치의 속내는 역시 복잡한 모양이다.

청문회를 하기로 한 이상 밝혀야 할 것은 분명하다. 초점은 역시 환란이다. 첫째, 환란의 징후를 언제 알았으며 왜 늑장 대응을 했는가. 둘째, 위기를 알고도 은폐하거나 축소하지는 않았는가. 셋째, 꼭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보다 당시의 경제정책 운용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를 밝혀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 넷째, 잘 해보려다가 위기를 부른 것인지, 사태를 잘못 판단하고 대응을 잘못해서 위기를 초래한 것인지를 밝히자는 것 등이다.

한보사태 기아사태까지 소급해서 위기의 원인을 캐다보면 청문회는 방만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지나치게 욕심을 내다가 겉핥기식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역시 범위를 환란으로 좁혀서 깊이 파고드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이럴 경우 김현철씨는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할 필요가 없어진다. 설령 한보사태에까지 소급해 그를 다시 청문회에 불러낸다 해도 새로 밝혀낼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결국 한번 더 망신을 주자는 의도가 아니라면 그의 증언은 불필요하다.

▼ 賢哲씨 증언 필요할까 ▼

그러나 YS의 경우는 다르다. YS 본인의 말대로 오늘날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궁극적이고 최종적인 책임은 환란 당시의 국정최고책임자였던 그 자신에게 있다. 어떤 형식이든 그의 청문회 증언은 피할 수 없다. 피하려 하는 것 자체가 국정을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떳떳한 자세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YS가 절대로 청문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절대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사정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이라고 이러한 사정을 몰랐을 리가 없다. 경제청문회를 하기로 하면서 YS문제를 사전에 고려하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결국 지금 한나라당이 YS증언은 절대 안된다고 하는 것은 YS 국회출석 증언은 절대 안된다는 뜻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그것은 YS의 경우도 같을 수 있다. YS로서는 환란문제로 이미 감사원과 검찰에 서면답변을 한 적이 있다. 국회 청문회라고 해서 서면답변을 피할 이유가 없다.

내심은 여당도 비슷할 듯하다. 김종필(金鍾泌)총리는 이미 ‘두 전직 대통령에게 모욕을 주었다면 그런 것은 그 두분으로 끝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지난 5월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지와의 회견에서 ‘김전대통령의 운명은 앞서 간 전직 대통령들의 운명과는 같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더구나 YS와의 청와대 고별회동에서는 ‘퇴임 후에도 평화 속에 건강하게 지내기 바란다’고도 했다. YS의 청문회 출석은 당초 계획에 없었던 셈이다.

▼ 서면답변 대안 될수도 ▼

그렇다면 긴박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결말은 뻔하다. YS가 증언을 하되 서면답변을 하는 것이다. 여야가 성역이 없다느니, 절대로 안된다느니 맞설 일이 아니다. 터놓고 주고받고, 특위구성과 청문회기간을 빨리 절충하는 것이 좋다. 청문회 말고도 지금 국회가 할 일은 태산같다. 새해 예산도 심의하고 밀린 민생법안도 처리해야 한다. 국회출석이건, 영상증언이건 YS를 청문회에 세우는 것은 YS의 망신이자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의 망신이 될 것이다.

김종심<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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