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는 4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우리당이 나에 대한 불소환 보장각서를 요구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모략”이라며 이른바 ‘빅딜설’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검찰의 소환조사에 정정당당하게 법대로 응하고 법대로 따르겠다”면서 “대통령의 배려는 전혀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같은 이총재의 태도는 종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게 당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실제로 한나라당과 이총재측은 그동안 “검찰 방침인지는 몰라도 아직 소환이 현실화된 것도 아닌데 무슨 반응을 보이느냐”며 이를 무시해왔다.
내부적으로도 “검찰이 과연 제1야당총재를 부르겠느냐” “부르더라도 갈 필요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조차 이총재의 ‘입장선회’ 배경을 분석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당내에서는 정국운영과 관련해 야당의 ‘유일한 무기’로 평가돼온 ‘예산안 카드’가 빅딜설로 이총재를 오히려 궁지에 몰아넣는 결과를 빚자 이총재가 강수(强手)를 던져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총재측은 또 “총풍사건은 당과는 별개의 사안이며 정쟁의 대상이 아닌 국가안보의 문제”라는 시각을 갖고 있는 당내 비주류 일각의 공세도 우려했다는 전언이다.
이와 함께 이총재측은 소환에 응하더라도 흠잡힐 대목이 없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소환됐을 때의 이총재가 입을 이미지 훼손 때문에 내심 초조한 기색이다.
당내 비주류는 이날 ‘빅딜설’의 진위여부에 큰 관심을 보였으나 공식반응은 자제하면서도 이총재가 정말 예산안을 자신의 문제를 푸는데 활용하려 했다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 아니냐는 얘기였다.
한편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당은 “당연한 결정”이라는 짤막한 반응만 보였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언급을 피하겠다는 것. 다만 일각에서 “이총재가 언젠가는 본인에게 족쇄가 될 수 있는 결정을 섣부르게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청와대도 수사와 재판을 지켜보겠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검찰은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입장이지만 소환시기 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총재의 발언이 나온데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양기대·문철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