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스페이스를 영토개념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제가 학계에서 논의된 적은 거의 없지만 영토개념으로 인식해야 할 증거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사이버스페이스는 하나의 지역사회로 인식되기도 하고 통치영역으로 해석되기도 하며 중대한 ‘국가적 모험의 대상’으로 인식되기도 하는 것이 제4의 영토개념으로 수용해야 할 증거들이다.
미국은 이미 전 지구를 미국이 구상하는 글로벌정보기간구조 (GII·Global Information Infrastructure)산하에 두려는 계획을 추진중이며, 싱가포르는 자국을 ‘세계적 지능섬(intelligent island)’으로 재창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우리는 그같은 뚜렷한 정책목표가 없다. 단지 국민생활의 질과 국가경쟁력 향상이라는 원론적 목표만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사이버스페이스도 지리적 공간처럼 영토로서의 세가지 전제조건, 즉 최소한의 점유공간, 경제적 및 정치적 가치를 충족시키고 있다.
인터넷 도메인 네임으로 지칭되는 소유권은 지리적 공간의 부동산 등기와 같은 기능을 한다. 도메인 네임 부여권을 가진 미국의 네트워크 솔루션은 지난달 17일 3백만번째가 등록됐다고 밝혔다.
전자상거래는 경제적 가치를 말해준다. 사이버 쇼핑몰, 사이버 뱅킹, 전자화폐로 요약되는 전자상거래로 2005년이면 미국 개인지불 시스템시장에서 전자화폐가 40% 이상을 점유할 것이라고 미국 상무부는 전망하고 있다. 앨 고어 미국부통령은 이미 초고속정보고속도로로 ‘아테네 시대의 직접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정보화산업의 육성, 정보화 네트워크 구축, 전자상거래 활성화, 전자정부 구성이라는 개별정책만으로는 사이버스페이스에 대한 거시적 국가정책을 달성할 수 없다. 제4의 영토라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은 사이버스페이스의 조건인 인터넷의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고 있고 전자민주주의는 정치인의 홍보기회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허만형<건국대교수·복지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