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북한에서 병이 전파됐다는 ‘북한 책임설’과 ‘남북한 동시발생설’이 대립하고 있는 양상이다.
연세대의대 이한일(李漢一)교수는 “말라리아는 90년대초 북한에서 유행해 남한으로 내려왔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이교수가 증거도 없이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면서 “90년대초 비무장지대의 홍수로 남북한에서 동시 발병했다는 견해가 설득력이 있다”고 말한다.
북한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은 ‘말라리아 대유행설’에 대해 국제사회에 아무 정보도 내놓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올 봄 북한이 세게보건기구(WHO)로부터 말라리아 치료제 1백만정(6만명 분)을 가져갔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말라리아가 번지고 있던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北京)에 이어 올 10월 태국의 치앙마이에서 열린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소 주최 보건당국자회의에 참가했던 복지부 관계자는 북한측에 말라리아문제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선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이 북한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데 북한이 꺼린다고 꼼짝하지 않고 있는 건 말이 안됩니다. 북한 눈치 보는 게 ‘햇볕정책’입니까.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남북공동대책을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서울대의대의 한 교수)
이성주<생활부>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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