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金勳)중위 사망사건 당시 김중위 소속 부대에 근무했던 한국군 전역자 A씨(23)에 따르면 미군 당국은 지난해 1월초 경비구역내 한국군 3명이 북한군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사실을 적발, 한국군측에 통보해줬으나 한국군측은 단순한 ‘지시불이행’죄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미군측은 지난해 1월초 판문점 근무를 마치고 나오던 2소대 소속 김모병장 등 3명을 불심검문하는 과정에서 편지를 발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문제의 편지는 ‘김정일이 판문점 북측부대를 방문해 시계를 선물하고 병사들의 노고를 치하한 뒤 돌아갔다’는 내용이었다고 A씨는 전했다.
미군 헌병은 문제의 편지를 영문으로 번역, 상부에 보고했으며 미군측은 공식경로로 이 사실을 한국군측에 통보했다는 것. 그러나 한국군측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관련자를 영창에 보내고 선임자를 원대복귀시키는 선에서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전역자들도 본보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2월3일 북한의 변용관 상위가 넘어왔을 때도 중대장 김익현(金益賢·32·육사45기)대위가 변상위를 대대 정보과 사무실에서 10시간 정도 만났다. 김대위는 일주일쯤 뒤에 2,4소대를 중대에 불러 정신교육을 실시했다”며 김대위가 “부대원의 북측 접촉을 몰랐다고 기자회견한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중대장 김대위는 “변상위가 북측의 지형 정보 초소 화기배치 현황 등에 대해 얘기했고 적공조를 통해 우리측과 접촉한 사실을 말했다”며 “북측과 접촉하면 국가보안법 위반이다. 내가 하도 말을 많이 해서 목이 아프다”며 중대원 교육을 했다는 것. 한편 김대위와 군 당국은 북측 접촉문제와 관련, 사병들을 대상으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 등을 검토하지도 않고 ‘지시불이행’죄목만을 적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군이 북한군과 접촉하는 것은 적군과 회합, 통신하는 행위로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처벌 받도록 규정돼 있다.
군 당국은 또 북한군 접촉을 막기 위해 고작 정신교육을 하는데 그친 채 별다른 재발방지책도 취하지 않아 사병들의 북한군 접촉관행을 막는데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같은 전역병의 주장은 “우리 병사들의 북한군 접촉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당시 중대장 김익현대위의 주장과 엇갈리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윤상호·박정훈기자>ysh@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