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對與투쟁 전열정비 나서

  • 입력 1998년 12월 15일 19시 09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여권의 ‘세풍’‘총풍’사건 공세와 당의 내홍(內訌)에 대해 잇단 강경발언으로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이총재는 15일 주요당직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여당이 다수의 힘으로 자의적이고 멋대로 국정을 운영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겠다”고 강조했다.

정기국회에서 주요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기국회 폐회 후 곧바로 소집될 임시국회에서도 대여(對與)공세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총재는 이날 특보단 회의와 예비내각격인 정책위 위원장단 회의를 잇따라 소집, 대여투쟁을 위한 전열 정비를 촉구했다. 그는 이어 내우외환(內憂外患)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당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이에 앞서 14일의 의원총회에서는 “나는 내 자신을 버렸다. 언제든지 죽을 각오가 돼 있다. 나를 잡아가두겠다면 들어갈 것이고 죽이겠다면 죽을 것”이라고 최근의 비장한 심경을 토로했다.

세풍사건으로 동생 회성(會晟)씨가 구속된 뒤 한때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으나 다시 저항의지를 가다듬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세풍 총풍사건 수사를 통한 여권의 집요한 공세에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친 것이다.

이총재는 또 당의 내홍과 관련해 “연말 연초에 파고를 넘지 못하면 일부 계파나 블록이 살아남는 문제가 아니라 당이 깨진다”면서 “부족하더라도 서로 울타리를 걸치고 함께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풍사건에 대해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비주류를 향해서는 “뒤에서 손가락질하지 말고 나에게 직접 질타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순봉(河舜鳳)총재비서실장은 “이총재의 강경발언은 더이상 밀리면 자신의 정치생명이 위태로워질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도 분열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이총재가 결연한 의지를 밝힌 뒤 당이 한결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총재가 상황을 정확히 진단한 만큼 대응도 단호해질 것이라는 게 하실장의 부연설명이다.

그러나 여권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이총재의 저항과 대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한나라당과 이총재의 고민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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