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정권교체 1주년]여권의 明과 暗

  • 입력 1998년 12월 17일 19시 21분


《18일은 대통령선거를 통해 사실상 처음으로 여야간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후 우리 정치권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정권교체1년의 명(明)과 암(暗)을 정리해본다.》

▼ 明 ▼

지난 1년간 여권은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위기의 탈출구를 마련하는데 상당부분 성과를 남겼다. 금강산관광의 성사 등 ‘햇볕정책’도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현정권의 ‘존재이유’라 할 수 있는 경제위기 극복을 국정운영의 최우선과제로 설정했고 지난 1년간의 노력으로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이맘때쯤 바닥이 드러났던 외환보유고는 4백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에 힘입어 5백억달러를 넘어섰고 1천5백억달러에 달하는 외채의 일부를 상환하기 시작했다. 또 금융기관과 재벌그룹에 대한 구조조정을 꾸준히 추진,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던 국가신용도도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실물경제도 주식시장의 활성화, 금리 하락, 환율 안정기조가 정착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빈사상태에 빠졌던 우리 경제가 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김대통령의 외교행보도 IMF체제 극복이라는 전략적 목표달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방문을 통해 대북안보체제를 굳건히 다졌고 경제개혁의 지속적인 추진으로 ‘외환위기 극복의 모범생’이라는 인상을 심는데 성공했다.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북한잠수함 침투사건 등 갖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정경(政經)분리정책을 고수함으로써 금강산관광의 성사와 대북경협활성화 등을 이뤄냈다. 지난 1년간 경제와 외교분야에 있어 현정권의 정책방향은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 暗 ▼

1년 동안 여권이 겪은 암영(暗影)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국내정치의 불안이다. 여야는 현정권출범 이후 총리인준 추경예산안편성 국회의장선출 예산안처리 규제개혁법안처리 등 주요 안건에 대해 사사건건 충돌했다.

국회는 올들어 무려 3백10일 동안이나 열렸지만 거의 대부분을 이전투구에 허비함으로써 ‘정치공황’을 불러왔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일차적인 책임은 여권이 질 수밖에 없다. 설령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여권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인정한다 해도 국정운영의 궁극적인 책임은 여권에 있기 때문이다. 집권초기에는 ‘여소(與小)’의 한계로 개혁추진에 차질을 빚었고 ‘여대(與大)’가 된 지금은 정치력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향후 여권의 운명을 좌우할 더욱 큰 암초는 내부에 있다. 내각제개헌을 둘러싼 공동정권내 불협화음이 집권 1년도 채 안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

정권창출 당시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감격 속에서 공유했던 신뢰는 1년이 지난 지금 땅바닥으로 추락한 상태다. 국민회의는 자민련의 국정운영비협조를 원망하고 있고 자민련은 국민회의의 홀대와 내각제약속 파기 가능성에 발끈하고 있다. 양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정협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정책상 이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상당부분 이같은 감정싸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권교체 2차연도의 정권안정보장여부는 공동정권이 이러한 내부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최영묵·윤영찬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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