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1주년 기념식]JP「내각제」용어 안쓴채 우회

  • 입력 1998년 12월 18일 19시 08분


18일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수평적 정권교체 1주년 기념식’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내각제 개헌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서먹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다.

○…김대통령은 이날 다소 울먹이는 말투로 “벅차오르는 감격을 안고 지난 1년을 축하하고자 한다”며 치사를 시작, 30여분에 걸쳐 △양당 공조 성공 △외교기반 확대 △경제회복 △노사문화 변화 등 그동안의 성과를 소개.

김대통령은 치사 마지막 부분에 “내각제 약속은 그대로 살아있다”면서 내각제 약속 이행을 강조. 김대통령은 또 개헌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을 전하면서 “이 김대중이는 일생을 나름대로 당당하게 살아왔다. 내 자신이 먼저 친구의 의리를 배반한 적 없다”며 신뢰를 거듭 호소.

이어 단상에 선 김총리는 “대통령 말씀에 더이상 중언부언할 말이 없지만 조금 각도를 달리해서 몇 말씀 드린다”면서 ‘내각제’라는 표현을 한번도 쓰지않은 채 우회적 어법으로 개헌을 촉구.

그는 특히 “공동정권의 도덕적 기반은 신의” “신의가 무엇보다 존중되는 정치체제의 토양을 만들자”는 등 여러차례 신의를 강조. 또 “역대 정권들이 어떻게 불행한 종말을 맞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고 은근히 경고.

○…기념식 후 국민회의는 “대통령이 내각제 문제를 정말 명쾌하게 정리했다”면서 “결국 두 분이 풀어야 할 문제이니 자민련도 이에 대한 발언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촌평.

그러나 자민련은 “대통령의 말은 내각제 개헌을 늦추겠다는 뜻”이라며 “이제 좋든 싫든 내각제 공론화가 시작됐다”고 상반된 해석.

한편 양당은 이날 행사장 연단의 좌석 배치 문제로 한때 마찰.

자민련이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의 자리를 요구하자 국민회의가 이만섭(李萬燮)고문과 한광옥(韓光玉)민화협상임의장 자리도 없다며 반대,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세사람 자리를 모두 단상에 배치하는 선에서 조율.

〈송인수·윤영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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