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말 속뜻]『평상체제가 되면 나도 내길 가겠다』

  • 입력 1998년 12월 21일 19시 34분


▼“뒤에서 총을 쏘지는 않겠지만 평상체제가 되면 나도 내길을 가겠다.”▼

한나라당 이세기(李世基)의원이 최근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만나 한 말이다.

이의원은 그동안 중도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이총재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왔다. 그러나 8·31전당대회 이후 대여(對與)투쟁과정에서 나타난 이총재의 미흡한 지도력과 한쪽으로 치우친 듯한 당직 인선 등을 보고 이총재와 선을 그을 수밖에 없다고 통보한 것이다.

비주류 인사들이 이총재의 당운영을 비판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의원의 태도변화는 파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권에서 한나라당 불만세력의 영입을 위해 다각적인 접촉을 시도하는 등 ‘유혹’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의원은 “여당으로 옮길 생각은 없다”며 “서울지역 4선의원으로서 경력에 걸맞은 역할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에 남아 정국대처 및 당 운영과정에서의 잘못을 지적하며 건전한 비판자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류측은 이의원의 노골적인 불만표출이 새해들어 본격화할 정계개편 움직임의 예고탄이 아닌지 긴장하고 있다. 이총재가 이의원을 만나 협조를 간곡히 부탁한데서도 위기감을 읽을 수 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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