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천용택(千容宅)국방부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에서 당의 결속력을 확인하고 여당의 반란표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7일까지 계속될 이번 임시국회에서 대여(對與)투쟁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당의 의원빼가기와 사정(司正)공세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여 강경투쟁을 늦출 수 없다는 게 한나라당의 분위기다.
힘은 얻은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2일 특보단 회의에서 “여당이 의원빼가기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함께 투쟁해야 울타리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범(朴成範)홍보특보는 “이총재가 현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있다”면서 “이총재는 흔들리는 의원들이 정치적 장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여권에 ‘발목’이 잡혀 어쩔 수 없는 처지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천장관 해임건의안 표결결과에 고무돼 갑자기 강경 기류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세풍 총풍사건과 의원체포동의안 처리문제 등으로 수세에 몰리면서도 꾸준히 반격을 준비해 왔다.
특히 이총재는 최근 국세청을 통한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전인지설 등 외풍에 시달리면서도 몸을 낮춰 당내 단합을 호소하는 등 대여 강경투쟁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숨고르기를 해왔다.
그는 지난 주말 총재단 망년회에서 “비상한 각오로 정국에 대처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부총재들도 의원들의 의장실 점거로 천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처리를 이끌어 낸데 대해 ‘야당의 본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며 고무된 분위기였다.
또 이한동(李漢東) 서청원(徐淸源) 강삼재(姜三載)의원 등 비주류와 주류에서 이탈한 김윤환(金潤煥)의원 등도 당분간 ‘이회창 흔들기’를 자제한다는 분위기다. 거당적 협조체제를 통해 일단 외환(外患)을 막아내자는 여론을 조성한데는 김덕룡(金德龍)부총재가 한몫 했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당직개편 이후 당행사에 불참했던 비주류 의원들이 천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에는 전원 참석, 결속력을 과시한 것도 이같은 기류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비주류측은 세풍 총풍수사가 끝나면 이총재의 책임문제를 본격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대여 강경투쟁 기류가 확산되면서 한나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한일어업협정 비준, 교원정년 단축, 도청 감청 남용방지를 위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규제완화 관련 일괄법안 등 여야 쟁점사항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견지한다는 방침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