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정치(상)]정권교체 첫경험…정치권 지각변동

  • 입력 1998년 12월 27일 19시 38분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98년 정국은 엄청난 충격을 동반한 격변의 순간을 겪어왔다. 50년 헌정사상 처음인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남긴 의미와 정치권, 특히 위상이 뒤바뀐 여야 정당의 변모된 모습 등을 세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98년 한해, 정치권의 최대 화두(話頭)는 ‘정권교체’였다.

15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50년만에 실현된 정권교체는 한국 헌정사와 민주화에 큰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었다. 정권교체는 사회 각 분야는 물론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정치에도 심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야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점이다.

수십년동안 국민에게 ‘여당은 영원하다’라는 말이 부동(不動)의 명제처럼 여겨져왔던 게 사실이다. 이같은 권력독점으로 정치는 지역편중과 정경유착, 사생결단식 여야대결구도 등 파행으로 점철됐고 결국 정치가 다른 분야의 발전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정권교체라는 환경 변화는 이같이 왜곡됐던 많은 부분들이 정상화되는 계기를 던져줬다.

먼저 근본적인 세력교체로 주요 권력핵심에 호남과 충청권인사들이 대거 진입했다. 이는 특정지역 특정세력의 권력독점현상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특정정파에 대한 관료사회의 불법적이고 맹목적인 충성에도 제동이 걸렸다. 국세청을 동원한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이 밝혀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판문점 총격요청사건도 마찬가지. 집권연장을 위해 안보를 팔아넘기려 한 경악할만한 일도 재발의 여지가 거의 없어졌다. 관료사회에 ‘정치개입은 자멸을 자초한다’는 교훈을 남겨줬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는 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여야가 교체될 수 있다는 점을 재계가 인식토록 해 한국정치의 최대 적폐였던 정경유착을 상당부분 일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는 현정부 출범 이후 곧바로 시작된 정치인 사정과 개정된 정치자금법의 엄격한 적용도 작용했다. 1년내내 계속된 사정으로 ‘검은 돈’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정치인들의 뇌리에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은 ‘깨끗한 정치’를 위해 진일보한 현상으로 평가할 만하다.

실제로 정권교체 이후 여야의 차이는 커지만 정치권 모두가 전에 비해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정권교체의 역동성은 정치 이외의 다른 분야에까지 파장을 미쳐 행정구조개편 대기업구조조정 등 경제 사회분야의 개혁을 가능하게 했다. 정리해고의 합법화 등 노사정합의 도출도 정권교체가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정권교체는 정치권에 적잖은 불안요인을 던져줬던 것도 사실이다. ‘수습여당’과 ‘초년야당’이 정권교체의 후유증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한 채 1년 내내 당쟁만으로 날을 지샜다.

이 과정에서 여권의 정계개편은 ‘여소야대(與小野大)’를 ‘여대야소(與大野小)’로 바꾸는 ‘수의 우위정책’으로 끝난 감이 없지 않다. 그 결과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정치권이 원만한 합의를 통해 해결한 현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 ‘불임(不姙)의 정치’라는 평을 들었다.

여야의 내부사정도 평탄치 않았다.

공동정권 탄생의 주역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결속도와 신뢰도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과 함께 태생의 한계에서 비롯된 정책적 이견도 많았다.

급기야는 내년 들어 추진하기로 한 내각제 개헌의 합의이행을 놓고 양대 수장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공식석상에서 정면대결하는 최악의 상황마저 연출했다.

한나라당도 이회창(李會昌)총재체제를 재출범시켰으나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해 주류 비주류간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다.

여야의 이런 현실은 내년 초 정계개편 및 내각제 개헌문제와 얽히면서 정파간 이합집산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권교체 1년만에 정치권은 또다시 지각변동에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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