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은 분단 53년의 남북한 민간교류사에 큰 획을 그은 ‘대사건’이었다. 11월18일 금강산 관광선 ‘현대금강호’가 첫 출항한 이후 이제 매주 1천명 이상의 남한 관광객들이 ‘마치 제주도에 가듯’ 북녘땅을 밟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의 9년에 걸친 집념과 새정부의 ‘햇볕정책’이 엮어낸 산물.
정명예회장은 89년 북한을 처음 방문했을 때 김일성(金日成) 당시 북한 주석과 금강산 관광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남북관계 경색과 자신의 ‘정치외도’로 이 구상은 한동안 중단됐다.
올들어 새정부가 출범하자 정명예회장은 금강산 관광 재추진에 나섰고 마침내 6월16일 ‘통일소몰이’라는 이벤트를 연출하며 판문점을 넘었다. 6월23일 귀환한 정명예회장은 ‘금강산 관광 합의’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첫 배가 뜨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입산료 관광객 안전보장 문제 등의 난제가 가로막았고 남한내 보수층 사이에 반대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당초 예정했던 ‘9월25일 첫 출항’일정은 깨지고 말았다.
결국 정명예회장은 10월 재방북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최종합의를 이끌어냈고 11월18일 금강호가 첫 출항에 나섰다.
정부도 햇볕정책의 가시적 성과물을 내놓기 위해 금강산 관광을 적극 지원했다. 북한의 동해안 잠수함 침투와 인공위성 시험발사 등 돌발사태가 발생했지만 ‘정경분리원칙’을 고수했다. 남해안에서 북한 반잠수정이 격침된 12월18일에도 관광선은 어김없이 출항했다.
첫 출항 후 40여일이 지난 현재 금강산 관광선은 20여차례 출항해 8천여명의 승객을 실어날랐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 교류와 화해에 있어 중요한 시험대. 남측은 묘향산 등 관광지역 추가 개방, 북한내 대규모 공단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이런 구상들을 성사시키고 북한을 개방시키는 든든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