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덕(康仁德)통일부장관이 최근 “북한의 최대 현안인 식량문제와 우리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이산가족문제를 협의해 해결하는 것이 상대방을 존중해야 하는 협상의 원칙에서 볼 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으로 상징되는 남북화해협력의 조짐과 북한의 잇단 잠수정 침투 등에서 거듭 확인된 냉전체제의 관성 중 어느 것이 올해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것인지는 이 두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이산가족교류▼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는 이산가족교류의 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비교적높다.북한이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당국간 대화를 통한 이산가족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심각한 경제난에 비춰볼 때 이 문제를 외부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카드의 하나로 활용할 개연성이 크다.
정부는 이산가족교류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인 호응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산가족들이 비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상봉 등의 교류는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현재이산가족들이북한의가족과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은 개인적인 연고를 통해 북한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하거나 이산가족교류주선단체를 통하는 길밖에는 없다.
정부는 이같은 점을 감안해 올해부터는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한 모든 이산가족에 대해 소요 경비 중 40만원을 국고에서 지급하고 상봉을 한 경우에는 당사자의 경제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80만원을 후불로 선별지급할 예정이다.
▼대북식량지원▼
95년 이후 몇년간 계속된 자연재해로 심화된 북한의 식량난은 올해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같은 만성적인 식량난은 이미 북한의 자구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북한 관측통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정부도 식량 부족으로 인해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을 더 이상 방관할 수만은 없다는 판단을 내부적으로 내리고 있다.
한 고위당국자는 최근 “북한의 어린이들이 총체적인 영양실조로 죽어 가고 있는 것은 결국 한 세대 전체가 죽어가는 민족적인 비극”이라며 “정부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의 식량난을 직접 돕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남북차관급 회담에서 북한측에내세웠던‘상호주의’를탄력성있게 적용해 대북지원에 상응하는 조치를 북한이 즉각적으로 취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북한의 금창리 지하시설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는 대로 이같은 지원을 하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