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 529호실 강제진입 ’싸고 극한대치

여야가 지난해말 발생한 한나라당의 국회529호실 강제진입 및 문서탈취사건을 둘러싸고 극한대치를 거듭하고 있어 정국은 당분간 파행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이번 사건을 ‘국기문란행위’로 규정하고 이회창(李會昌)총재를 포함한 관련자 전원에 대해 형사적 정치적 책임을 철저히 추궁해 나가기로 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안기부의 정치사찰이 확인됐다고 보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사과와 이종찬 안기부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여야의 이같은 강경대치에 따라 7일 회기가 끝나는 임시국회는 정상운영이 불가능하게 됐으며 이에 따라 규제개혁법안 등 각종 현안의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국민회의는 2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결의문을 채택해 “이번 정보위열람실난입과 기밀문서 탈취사건은 헌정질서를 파괴한 중대 범죄행위”라며 강경대응방침을 정했다.

또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지도부접촉을 통해 ‘정보위 자료보관 열람실 불법파괴 침입 비밀문건 탈취사건에 대한 양당대책회의’를 가동해 수사기관의 관련자 색출 및 처벌을 강력히 촉구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여권은 5,6,7일 임시국회에 계류돼 있는 규제개혁법안과 교원정년단축법안 교원노조허용법안 한일어업협정비준안 등 현안을 국회의장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해 강행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앞서1일박실(朴實)국회사무총장은사건관련자색출등을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2일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주요당직자회의를 열어 안기부의 국회 불법 정치사찰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이안기부장의 파면과 김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안기부가 국회에 분실을 설치하고 정치사찰을 일삼은 것은 안기부법 위반”이라면서 안기부장과 차장 등 관계자들을 조만간 고발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최병렬(崔秉烈)부총재를 단장으로 한 ‘정치사찰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향후 대여(對與) 투쟁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총재는 “정부 여당이 안기부의 정치사찰사건을 축소 왜곡할 경우 규탄집회를 여는 등 강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장외투쟁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국회 529호실에서 꺼내온 문서중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 국회법중 정보위원 선임규정 개정 추진’ 등 첩보보고와 일부 문서를 공개했다.

〈최영묵·김차수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