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문건에 나타난 의원들의 동향과 비리 연루설 등에 관한 첩보보고 등을 볼 때 안기부의 정치사찰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회사무처 직원과 여야3당 원내총무실 직원들에게 식사대접을 하기 위한 ‘수집 조정 대책비 집행계획서’는 사찰을 위한 정보망 구축작업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분석이다. 집행계획서에 자금신청처가 대공3처와 수집5과로 돼 있는 것은 국내정치 정보수집이 불가능한 안기부법 규정에 따라 대공활동의 일환으로 합법위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여권 핵심인사들의 사무실에 접수된 민원서류까지 안기부 요원이 확보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야당의원뿐만 아니라 여당인사들도 사찰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안기부요원들이 수집한 자료들은 존안카드 형태로 축적, 관리하면서 정치권 통제 등 정치공작에 이용하려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안기부는 정보위 연락관이 통상적인 정보수집을 위해 국회주변에서 나도는 얘기를 메모해 둔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이날 공개된 문서 가운데 육하원칙에 따라 구체적으로 기술한 것이 적어 당초 예상보다는 폭발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회정보위 활동과는 무관한 의원들의 개인동향과 비리연루설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 보관해 온 것으로 볼 때 사찰 시비가 증폭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편 한나라당은 명예훼손을 의식,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익명처리하고 언론에도 익명 또는 이니셜로 보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법원이 이들 문서의 배포 및 공개금지와 함께 반환 가처분신청 심문을 6일 실시하겠다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등에게 출두통보를 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공개한데 대해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