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도언(金道彦)간사는 한때 정보위 소집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으나 한나라당 위원들은 파면돼야 할 이부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을 수 없다는 이유로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부장은 회의에 앞서 김인영(金仁泳)정보위원장실에서 여당의원들을 만나 “나도 529호실의 존재에 대해서는 사건이 나고나서야 알게 됐다”며 “무엇을 하는 방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내에 안기부 분실이 있다면 내가 국회에 왔을 때 그 방에서 쉬지 왜 수석전문위원 방을 사용했겠느냐”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회의 시작 후 이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나라당의 529호실 강제진입에 대해 ‘참담한 심정’ ‘폭거’ ‘불법 난입’ 등의 표현을 써가며 한나라당을 성토했다.
이부장은 “자식같은 안기부 5급직원의 가방을 탈취하기 위해 쟁쟁한 지도급 인사 1백여명이 동원됐다”며 “그중에는 대통령이 되시겠다는 분도 있고 과거 대법관 장차관을 지내신 분도 있다”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직접 겨냥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은 안기부에 대해 오도된 사고를 가진 지도자 때문에 방향을 못잡고 표류하고 있다”며 “한나라당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도 한나라당 성토에 가세, “어떻게 국회 사무실을 망치를 동원해 난입하고 국가기밀 문서를 탈취해갈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의원들은 또 “한나라당 의원들이 비밀문서까지 탈취해가는 마당에 어떻게 정보위 사무실에 기밀문서를 보관할 수 있겠느냐”며 “정보위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29호실 강제진입을 주도한 한나라당 정보위원들에 대한 교체문제도 논의됐다.
여당의원들은 “정보위 사무실 난입에 앞장선 한나라당 정보위원들과는 더이상 자리를 함께 할 수 없다”며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에게 교체를 요구키로 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