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9호실 사건 계기로 본 안기부 직무]어떤정보 캐나?

  • 입력 1999년 1월 5일 20시 06분


‘국회 529호실 사태’를 계기로 안기부의 정보수집 대상과 범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기부가 국내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출입하는 기관과 단체들은 대개 어떤 곳일까.

현재 국내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곳은 신건(辛建)안기부 2차장 산하 조직. 그러나 인원수나 정보수집의 대상기관은 국가기밀로 돼 있다. 물론 외국의 정보기관들도 인원수나 정보수집 대상기관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안기부가 올들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자진 사표, 대기발령 등의 방법으로 감축한 인원은 전체 인원의 15%선인 1천명 가량. 특히 국내정보수집 담당인원은 30%선까지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수집을 위한 안기부의 ‘출입처’는 예전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게 정보관계자들의 얘기. 입법부인 국회는 물론 각종 행정부처 법원과 검찰 그리고 경찰 대기업 재야단체 학원 등 사회 구석구석까지 안기부의 안테나가 미치지 않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라는 것.

안기부가 이들 기관들을 출입하는 법적근거는 안기부법 3조1항1호. 안기부의 직무로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 작성 및 배포’를 규정하고 있다.

▼ 경제분야 정보 가장 촉각▼

이중 국회 등의 기관출입은 대공정보 수집의 일환이라는게 안기부 관계자의 설명.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안기부 직원의 국회출입은 명백히 직무범위를 벗어난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안기부 역시 직무범위가 극히 제한적으로 규정돼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직무범위에 ‘국가경영을 위한 전략정보 수집’을 삽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이다.

안기부 직원들이 가장 많이 출입하는 곳은 무엇보다도 정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중앙부처의 경우 부처마다 1명씩 전담직원이 출입하며 정보를 수집한다. 이들이 수집하는 정보는 대개 고위관료들의 인사정보와 각종 주요 정책에 대한 여론. 물론 수뢰혐의 등 비리도 첩보대상이다.

각 도의 도청이나 직할시 이상의 시청에는 1,2명씩 전담 요원이 출입한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안기부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야는 역시 경제분야. IMF 경제난 극복을 국정의 최대과제로 삼고 있는만큼 금융계와 기업의 동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경우 ‘K전무’로 불리는 직원이 수시로 출입하며 금융권의 움직임과 외국환 관리현황 등을 파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나 6대 시중은행 등도 정보수집의 대상기관이다.

민간 기업의 경우 5대 그룹에는 전담이 1명씩 배치돼 있다. 주로 이사급 이상의 중역들을 찾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한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얘기. 한 기업체의 중역은 “최근 ‘빅딜’이 업계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담당이 수시로 찾아와 업계의 반응을 살폈다”고 털어놓았다.

사법부인 법원과 검찰도 정보수집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몰려있는 대법원 대검찰청 서울고, 지법 서울고, 지검 청사에도 4,5명의 안기부원이 수시로 드나든다.

이들은 판사들보다는 주로 검찰의 간부급 검사들을 만나 진행중인 수사의 진척상황과 법조내 여론 등을 체크한다.

경찰청과 시도별 13개 지방경찰청에도 1명씩 전담 안기부원이 출입하며 경찰 내부의 동향과 수사정보 등을 파악한다.

대학출입 안기부원들은 한명이 3,4개 대학을 맡아 보직교수나 대학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수사회의 동향, 입시제도, 대학발전전략 등을 파악한다. 그러나 한때 ‘학원 사찰’의 주목적이었던 학생운동권 정보수집은 국민의 정부 들어 거의 없어졌다는게 대학관계자들 얘기.

직접적으로 편집에 간여하거나 제작과정에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지만 방송국과 신문사 등 언론사에도 담당직원이 배치돼 보도내용과 언론사내 분위기 등을 수집한다.

10여명의 직원이 배치된 김포공항도 ‘중요 출입처’가운데 하나. 각계 주요인사의 입출국 정보 등을 수집한다. 한편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나 참여연대 등 사회단체에도 담당직원이 지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기관이나 단체가 아닌 고급호텔에도 안기부원들이 출입한다. 왜냐하면 정치인과 사회 주요인사들의 출입이 잦아 쏠쏠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특급호텔의 경우 안기부원들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객실이 몇개씩 있다는것은 알려진 비밀.

▼경찰-기무사도 정부수집▼

이같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출입하고 있지만 안기부의 국내정보 수집능력은 예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게 정보관계자들의 얘기.

그러나 안기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해 정치인의 여자관계나 금전문제 등 정치공작을 위한 ‘추잡한’ 정보를 수집하지 않기 때문에 정보수집능력이 떨어진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안기부 뿐만 아니라 경찰이나 기무사도 국내정보를 수집한다. 단발성 사건에 관한한 경찰의 정보수집능력은 타기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편 김영삼 정권 출범이후 기무사의 일반인들에 대한 정보수집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중현·이 훈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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