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與野, 529호실 사건-법안단독처리등 극한대립

  • 입력 1999년 1월 6일 08시 17분


여당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민생 및 규제개혁법안을 처리하면서 여야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를 날치기로 규정하고 대여투쟁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고 여권도 임시국회 회기인 7일까지 다른 법안과 비리 혐의 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권이 법안이나 체포동의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한나라당은 본회의장 점거나 농성 등으로 맞설 것으로 보여 양측은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여권은 또 ‘국회 529호실 사건’에 관련된 한나라당측 의원이나 관계자들을 당장 사법처리하겠다는 입장이고 한나라당은 안기부의 정치사찰에 대한 현정부의 책임을 끝까지 추궁하겠다는 것이어서 대립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야 대립은 물론 근원적으로 정권교체에 따른 ‘수습 여당’과 ‘초보 야당’의 미숙한 정국운영과 상호불신 때문이다.

여권은 정국운영을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하지 못했다. 정치인 사정만 하더라도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해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 야당의원 영입이나 비리혐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도 입장을 자주 바꿈으로써 야당의 불신을 가중시켰다. 한나라당은 정권 재창출 실패에 따른 박탈감과 집권세력에 대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매사를 사생결단식으로 극한 대응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 사이의 갈등도 역시 뿌리깊은 불신에서 비롯됐다. 이총재는 세풍(稅風)과 총풍(銃風)사건을 겪으면서 김대통령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믿게 됐다. 이총재가 3일 총재단회의에서 ‘529호실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왕 죽을거면 빨리 죽는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김대통령은 이총재가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믿고 있다. 대선 때부터 비자금을 폭로한다면서 괴롭히더니 새 정부 출범 후에도 국정의 고비 때마다 훼방을 놓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결국 정국 정상화와 여야관계의 복원을 위해서는 이같은 불신부터 먼저 씻어야 한다는 얘기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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