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野총재 예우론」으로 대화메시지

  • 입력 1999년 1월 7일 19시 05분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야당총재에게 국정파트너로서 상응한 예우를 갖추는 것이 원만한 정치와 앞으로의 국정협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수석은 “모든 국정은 법대로 운영해야 하나 정치는 정치대로 가야 한다”며 “정치는 대화와 협상도 하고 공격도 하는 것이지만 공격을 하더라도 예우를 갖추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그는 특히 “강한 야당이 있어야 강한 정부와 여당도 있을 수 있으므로 야당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직접적으로는 국회 정보위에서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를 ‘오도된 지도자’라고 비난한 이종찬 안기부장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킨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박수석의 발언에는 그 이상의 정치적 함의(含意)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529호실 사건과 관련해 ‘원칙적 대응’방침을 밝혀온 이전의 청와대 기류와는 어감이 다르다. 박수석은 이날 브리핑에 앞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우선 ‘법적 처리와 정치적 대응 분리론’은 경색정국 타개를 위해 야당에 ‘퇴로’를 열어주는 의미가 있다. 진상규명을 위한 검찰조사와는 별도로 정치적으로 대화는 하자는 취지다.

‘강한 야당론’은 이총재에 대한 주문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청와대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여야 총재회담에서의 합의사항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는 것은 이총재의 당내 리더십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예우론’은 이총재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마음을 풀고 마주앉아 얘기하자’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야당도 국정운영의 일차적 당사자인 정부 여당에 대해 상응한 예우를 갖출 것을 요구한 것이기도 하다. 김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도 의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조만간 총재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한나라당의 내부정비가 선행되지 않고는 합의사항의 이행여부를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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