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및 부동산 가격의 급등락을 막기 위해 금리인하 속도를 늦춰야 한다.”(한국은행)
재경부와 한은이 금리인하 속도를 두고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금리인하는 지난해 중반 이후 중산층의 여유자금을 주식시장에 쏠리게 한 주요인이었기 때문에 양측의 견해차가 어떻게 정리될 지 주목된다.
재경부는 7일 원―달러 환율안정을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를 현재의 6.5%에서 5%대로 내려줄 것을 한은에 요청했다. RP금리 인하를 통해 콜금리(금융기관간 단기금리)와 시중 실세금리 하락을 유도하겠다는 것.
▽금융통화위원회 결론〓이날 열린 금통위 회의가 당초 예정보다 한 시간 길어진 3시간이나 걸린 것은 금리인하 속도에 대한 논란 때문.
한은이든 재경부든 중장기적으로 금리를 하향안정시켜야 한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지만 바로 지금(1월) 어떻게 할 것이냐를 두고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금리인하 감속론’을 제기했다. 그동안 경기부양에 매달렸던 금융당국에서 처음 나온 ‘급속한 금리인하 경계론’이다.
반면에 정덕구(鄭德龜)재경부차관은 적극적 금리인하론을 강력히 개진했다.
일단 서면상의 결론은 콜금리를 ‘약간 하향조정’하는 것으로 났다.
▽환율문제에 대한 두 시각〓금리인하 가속화론은 특히 재경부 외화자금과에서 강하게 제기한다. 환율정책을 담당하는 곳이다.
금리가 떨어지면 금리차를 노린 외국 투기자본의 유입도 막고 국내 민간기업들이 해외에서 달러빚을 내기보다는 국내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게 돼 원화의 이상 강세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현재 외국인 투자의 주류는 채권투자가 아닌 주식투자이기 때문에 금리를 내리면 주가가 올라가 투자를 위한 달러유입이 더 늘어나 환율이 더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는 낮은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며 “추가 금리인하보다는 직접적인 소비수요 진작책을 통해 기업이 물건을 만들어 팔겠다는 의욕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