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들은 이틈을 타 ‘성동격서(聲東擊西)식’으로 양쪽 작은 출입구를 통해 삼삼오오 본회의장에 들어갔고 5시반경에는 그 수가 1백여명이 넘었다.
이때부터 본회의장내에서 여야의원들간 고성이 오갔고 5시35분경 국민회의 장영달(張永達)수석부총무는 “이제 의장석으로 올라갑시다”라고 ‘작전개시’를 선언했다.
이에 단상을 점거하고 있던 80여명의 한나라당의원들은 “이게 민주주의냐” “거기서 해치워”라고 고함을 지르며 제지를 했다.
장내의 관심이 의장석쪽으로 몰린 순간 30여명의 국민회의의원들에게 에워싸여 본회의장 우측 원유철(元裕哲)의원석에 앉아있던 김봉호(金琫鎬)부의장이 5시37분경 슬그머니 좌석에서 일어났다.
김부의장은 핸드마이크를 통해 “제7차 본회의를 개의하겠다”며 안건들을 일괄상정했다. 한나라당의원들은 “날치기다. 막아라”고 고함을 질렀다.
격분한 한나라당 서훈(徐勳)의원은 김부의장의 사회를 제지하기 위해 의석위로 뛰어올라 그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으나 국민회의 이윤수(李允洙) 한영애(韓英愛)의원의 ‘철벽방어’에 막혔다.
백승홍(白承弘)의원은 법안목록 등을 허공을 향해 내던지며 “날치기는 무효다”라고 소리쳤으나 국민회의 의원들은 “당신들도 여당때 많이 하지 않았느냐. 왜 무효냐”고 맞받아쳤다.
장내가 매우 어수선했지만 김부의장은 이에 별로 개의치 않고 일괄상정한 안건에 대해 “이의가 없습니까”라고 물은 뒤 곧바로 가결과 산회를 잇따라 선포했다.
개의에서 안건 상정과 가결, 산회까지의 전 과정에 걸린 시간은 30여초에 불과했다.
산회가 선포된 뒤에도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의원 등은 “민주주의 너, 국민의 정부 너는 오늘로 죽었다” “혼자 잘해 먹어라.정권이 얼마나 가나 보자”고 고함을 쳤다.
그러나 6일의 단독변칙처리 때와는 달리 본회의장을 떠나는 여당의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의 비난에 별다른 대응도 하지 않았다.
의장석만 장악하면 여당의 단독처리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한나라당의원들 역시 “제지는 커녕 의결정족수만 채워준 셈”이라며 허탈한 표정이었다.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