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이날 경색정국을 풀자며 대화를 제의하는 한편 실업대책 등에 눈을 돌리는 등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이와 함께 경제청문회 준비에도 박차를 가했다.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치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필요하다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만날 수 있다”며 회담을 제의했다.
그는 경제청문회와 관련해 “여야가 함께 참여해 청문회를 운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총재와의 회담이 이뤄지면 증인채택 문제도 여야가 합의해 결정토록 하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회의는 조대행을 위원장으로 한 당실업대책위 발족식을 갖고 실업대책 등 민생현안 해결에도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또 15일부터 시작되는 경제청문회에 대비해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 주재로 실무대책회의도 가졌다.
자민련도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 주재로 간부간담회를 갖고 경제청문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면서 야당의 참여를 촉구해 나가기로 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총재단 및 주요당직자 연석회의에서 ‘국회정치사찰 방치책임’과 본회의 변칙안건처리의 책임을 물어 박준규(朴浚圭·자민련)국회의장과 김봉호(金琫鎬·국민회의)부의장에 대한 사퇴권고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또 여당의 태도에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경제청문회를 거부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여당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제200회 임시국회 개회식을 강행하고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한일어업협정 비준동의안 등 변칙처리된 안건은 모두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본회의 산회후 한나라당 의원 80여명은 본관 현관 계단에서 ‘안기부 불법정치사찰 규탄대회’를 가진 뒤 버스 4대에 분승해 청와대를 항의방문했다.
권익현(權翊鉉)부총재와 박희태(朴熺太)총무 이부영(李富榮)의원 등 3명은 청와대로 들어가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에게 정치사찰 문제 등과 관련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한나라당은 공개질의서에서 “안기부의 불법정치사찰에 대해 국민앞에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하며 동시에 안기부장을 즉각 파면하고 관계자를 엄중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이 나머지 의원들은 청와대 영빈관앞에서 왕복4차로 도로를 점거하고 “폭력날치기 김대중정권 사과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20여분간 시위를 벌였다.
국회 529호실사건과 관련해 출국금지 조치된 이신범(李信範)의원 등 한나라당의원 11명은 8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양기대·문 철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