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발원지는 국민회의 중진 의원들. 이들은 오래전부터 너나 없이 내각제개헌을 둘러싼 양당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합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여기에 자민련의 한영수(韓英洙) 박철언(朴哲彦)부총재가 “내각제 개헌은 16대 총선에서 양당의 연합공천 문제와 연계 협상해야 한다”며 가세해 합당론이 양당간 새해 주요 화두(話頭)로 부상했다.
특히 5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주례 보고가 배석자 없이 이뤄지자 “두 사람이 합당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는 설까지 나왔다.
양측은 물론 이를 부인했다. 김중권(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은 “모르는 일”이라며 부정적으로 말했고 김총리는 본인이 직접 “(그런 얘기가 보도되면)고소감이다”며 불쾌해 했다.
그러나 합당론이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양당이 내각제개헌 갈등을 풀기 위해선 서로 무엇인가 주고받는 ‘거래’가 있어야 하고 바로 이 거래의 내용이 합당이 될 수 있다는 게 합당론자들의 얘기다.
예를 들어 합당을 통해 국민회의는 자민련으로부터 ‘내각제개헌 연기’를 약속받고 자민련은 국민회의로부터 ‘16대 총선 공천 지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국민회의는 내각제개헌 합의를 깼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고 자민련은 수도권 등에서의 당세 확장을 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거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국민회의 내부에서 자민련에 당권의 상당부분을 할애하는 데 대한 불만이 적지않고 자민련에서도 내각제를 사실상 포기하는데 대한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자민련으로선 합당이 곧 국민회의로의 흡수통합 성격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 수용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국민 앞에 여러번 다짐한 내각제개헌 약속을 안지킨 사람들이 공천지분 약속을 지키겠느냐”고 지적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