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김정길(金正吉)행정자치부장관이 토요일 저녁에 돌연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유임설이 나돌던 김청장을 교체한데다 ‘의외로’ 영남출신인 김서울청장이 후임자로 발탁돼 인사배경을 놓고 해석이 구구하다.
이번 인사는 겉으로는 김청장의 사의를 수용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그동안 경찰 내부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지 못한데 대한 ‘문책성 경질’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거기에다 한두달 앞으로 다가온 경찰간부 인사를 앞두고 승진을 둘러싼 로비 잡음이 불거진데다 김청장 취임 이후 경찰에 호남인맥 형성조짐이 보였던 것도 전격교체의 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임명된 김청장은 ‘대과(大過)없이’ 무난하게 경찰조직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개혁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해왔다는 지적도 함께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 9월 한나라당이 주최한 서울역집회 사건과 경찰청 존안카드 논란 등도 그의 지휘력을 의심케하는 요인이었다는 얘기들이다. 또 이번 경찰청장 교체는 김장관과 김중권(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의 의사가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장관은 9일 낮 김실장을 만나 경찰청장 교체문제를 논의한 뒤 김대통령에게 파격적인 경찰인사 개혁안을 보고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실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서울청장이 비교적 조용하게 일하는 스타일이고 청렴한 편인데다 경북출신으로 지역화합의 성격까지 감안돼 발탁됐다는 후문이다.
김장관은 당초 3월 이후로 예정된 경찰 고위직 인사를 서둘러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앨 고어 미국 부통령 주재 ‘정부혁신 국제포럼’에 참석차 13일 출국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를 발표형식이나 내용면에서 ‘기습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지난 인사에서 지역안배 케이스로 ‘살아남은’ 김서울청장의 발탁은 의외라는 반응들이다.
그래서 ‘무난한’ 성격의 신임청장 등장과 함께 종전에도 경찰조직이 가뜩이나 개성파인 김장관의 추진력과 목소리에 휘둘려온 점을 감안할 때 곧 ‘인사태풍’이 불어닥치는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후속인사에서는 그동안 ‘포스트 김세옥’의 강력한 후보로 꼽혀온 이무영(李茂永)경찰대학장의 진로가 특히 주목된다.
〈최성진·이훈기자〉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