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우리가 뭐가 아쉬워 합당하나?』

  • 입력 1999년 1월 11일 19시 25분


내각제 공론화를 벼르고 있는 자민련이 갑자기 불거진 국민회의와의 합당론으로 분란에 휩싸이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다.

11일의 총재단회의에서는 부총재들이 당내 합당론자로 알려진 한영수(韓英洙)부총재를 앉혀놓고 ‘인민재판’을 벌였다.

정상천(鄭相千)부총재는 “당이 결속을 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분열을 꾀해서야 되겠느냐”며 다그쳤다. 김용채(金鎔采) 이인구(李麟求)부총재도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얘기를 하느냐”“내각제 개헌을 위한 내부 결집을 희석시키겠다는 의도 아니냐”며 가세했다.

느닷없는 공세에 당황한 한부총재는 “합당론을 제기한 적이 없다”면서 슬그머니 발을 뺐다. 개헌여부와 16대 총선 연합공천 문제 등에 대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고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말이 와전됐다는 해명이었다.

자민련 지도부가 이처럼 합당론에 쐐기를 박고 나선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합당론이 근본적으로 청와대와 국민회의가 개헌 약속 파기를 위해 슬쩍 던진 ‘미끼’에 불과한데도 여기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가는 내각제 공세를 펴보기도 전에 말려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

이런 위기감이 작용한 탓인지 작년 12월18일 김대통령의 ‘내각제 함구령’이후 조용했던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도 이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내각제 개헌은 자민련의 당론이기 이전에 존재의 이유”라며 “얘기할 시점이 오면 내각제 소신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자민련은 실제로 15일 대전에서 열기로 한 충청지역 신년교례회를 내각제 공론화 D데이로 잡고 있다. 대전 충남북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 등 6백여명이 참석하는 이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내각제 개헌 추진 의지를 다지겠다는 것.

그러나 이로 인해 합당론이 쉽사리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자민련 내부에 국민회의와의 통합에 구미가 당기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한부총재는 합당 발언을 공식 부인했지만 속마음은 이미 통합 쪽으로 기운 지 오래며 박철언(朴哲彦)부총재도 비슷한 생각이다.

청와대와 국민회의도 지금은 부인하지만 ‘합당론 군불때기’를 계속할 전망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동서화합 차원에서 현재의 정치구도가 바람직한지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아직 합당 등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양당은 함께 전도가 양양하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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