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전대통령측은 “과거 정권에 드러나지 않은 엄청난 비리가 있다”는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의 발언이 나오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부인하면서도 일단 대응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한보로부터의 6백억원 수수설이 재차 제기되자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김기수(金基洙)전청와대수행실장은 “여권에서 김전대통령의 비리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보복”이라면서 “비리가 있다면 수사를 통해 규명하고 처벌하면 될 일이지 언론플레이를 통해 흘리는 것은 김전대통령을 경제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시키기 위한 치졸한 압박에 불과하다”고 흥분했다.
그는 또 92년 대선당시 한보로부터 6백억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92년에는 한보가 다 망한 상황이었는데 대선자금을 6백억원이나 낼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한보 돈 6백억원 수수설은 97년 한보사건이 터졌을 때 이미 소문으로 돌았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게 상도동측의 주장이다.
상도동측은 또 “김전대통령이 ‘DJ비자금’ 수사를 중단시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당선을 도와줬다”면서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계속 이상한 소문을 확대해 퍼뜨릴 경우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근 상도동을 자주 찾고 있는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은 “여권에서 비리의혹설을 얘기하는 것은 이러니까 경제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여론조작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김전대통령의 비서출신인 박종웅(朴鍾雄)의원도 “여당의 주장은 청문회 자체를 마녀사냥식으로 끌고 가겠다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상도동측의 격앙된 분위기와는 달리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나왔다. 전정권에서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한 인사는 “김전대통령 본인과 관계없이 측근들이 연루된 비리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흥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의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여당이 단독 ‘반쪽 청문회’를 하기가 민망하니까 여론의 압박을 가해 한나라당을 청문회로 유인하기 위해 정치적 트릭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당직자도 “여당이 경제청문회 국정조사계획서를 날치기로 처리해 놓고 야당을 끌어들이기 위해 갖가지 가설을 제기하며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차수·이원재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