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일부 명문고 인맥에 경고 메시지

  • 입력 1999년 1월 12일 20시 00분


12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화두는 지역화합과 공정한 인사였다.

이날 발언 중 무엇보다도 “특정고교를 졸업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뭉친다고 하는데 이런 일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대목이 공직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김대통령은 ‘특정고교’를 두차례나 언급했다.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은 일단 “지연은 물론 학연에 의한 인맥형성 및 인사파행을 시정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얘기”라며 ‘특정고교’에 대한 더이상의 설명을 회피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장관들에게 자기 부처의 인사점검을 지시함에 따라 부처별로 인맥해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고위공무원 물갈이작업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정고교’는 과연 어디를 지칭할까. 김대통령의 의중을 잘 헤아리는 편인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김대통령의 발언이 ‘양날의 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선 현정부 들어 핵심요직에 동문들이 다수 포진하면서 ‘실세그룹’으로 급부상한 K고 등 호남지역 일부 명문고 인맥을 지적했다. 또하나는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등을 중심으로 역대정권 하에서 오랜 세월 배타적인 관료인맥을 형성해온 K고 등 서울지역 일부 명문고 인맥. 이 모두를 겨냥한 경고메시지라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각 지역에 기반을 둔 몇몇 명문고 중심의 인맥을 지역주의의 핵심고리 중 하나로 파악하고 있다는 게 한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는 “97년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의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특정고교 중심의 인맥형성 움직임이 급속도로 심화돼 그 폐해가 크다”고 덧붙였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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