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18일경부터 실시할 예정인 경제청문회의 성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등 국민회의 지도부가 12일 청문회의 주요활동이 김영삼(金泳三)정권의 비리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공언한 뒤부터 시작됐다.
여권은 그동안 경제청문회를 ‘환란(換亂)’ 등 경제위기의 원인을 정책적 오류의 측면에서 규명해 보자는 취지에서 실시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과거정권의 비리가 아니라 재발방지를 위한 교훈을 찾는 미래지향적인 청문회를 실시하겠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국민회의 지도부가 돌연 김영삼정권의 대선자금 등에 관한 비리의혹을 제기하면서 청문회의 성격이 변질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대두됐다.
물론 국민회의는 단독청문회에 따른 부담감 해소와 김전대통령에 대한 압력 등 다목적용으로 이 카드를 꺼냈겠지만 그 결과는 상당한 파문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과 김전대통령측의 반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13일 성명을 통해 “정책청문회로 치러져야 할 경제청문회가 비리폭로와 정치보복청문회로 변질되는 우려했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이는 여권이 정치사찰로 빚어진 궁지에서 벗어나 보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상도동의 기류는 더욱 냉랭하다.
이런 분위기대로라면 정상적인 청문회 개최는 더욱 요원해진 것 같다.
공동여당인 자민련도 내심 불만이다.
국민회의가 사전협의도 없이 불쑥 비리의혹을 제기하자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국민회의와 한나라당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통해 입지를 넓혀보려는 전략에 지장을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언제까지 과거의 대선자금을 문제삼으려 하느냐”고 반문했다. 여기에는 김전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을 추적하다 보면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도 무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는듯 하다.
이와 함께 국민회의의 방침에 대한 여론도 대체로 비판적이다.
비리청문회에 비중을 둘 것이라는 방침이 알려진 뒤 정치권이 또다시 정쟁(政爭)에 휘말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이미 나오고 있다.
여권이 과거정권의 비리와 관련된 증거를 확보했다면 검찰수사 등 정식절차에 의해 조사하고 처벌하는 게 순리라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청문회가 비리청문회로 변질될 경우 경제난 극복의 기틀을 마련하자는 원래 목표와는 거리가 먼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