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金대통령 칭찬, 유화제스처냐…비꼬기냐

  • 입력 1999년 1월 13일 19시 42분


매일 오전 주요당직자회의 때마다 굳은 표정으로 모두(冒頭)발언을 해왔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13일 모처럼 환한 낯으로 서두를 꺼냈다.

이총재는 원탁테이블에 앉자마자 “정부에 대해 공격할 건 공격하고 칭찬할 건 칭찬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오늘은 두가지 점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칭찬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먼저 “여당이 날치기로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는데 김대통령이 뒤늦게나마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것은 정말 칭찬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싹쓸이 지역편중인사에 대해 뒤늦게나마 안하겠다고 한 것도 잘한 일”이라며 “앞으로 그런 식으로 안한다면 정말 기대해볼 만하다”고 추켜세웠다.

평소 김대통령에 대해 ‘인색한 평’만 해온 이총재가 느닷없이 찬사를 늘어놓자 정가에서는 엇갈린 해석이 나왔다.

한쪽에서는 대화정국의 예고탄으로까지 받아들였다. 이총재가 갑자기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뭔가 물밑 흐름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날의 유화 발언은 여권핵심부에 대화에 대한 기대감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므로 곧 ‘순풍’이 불어올 공산이 크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이총재가 두 사안을 언급하면서 모두 ‘뒤늦게나마’라는 ‘꼬리표’를 단 사실 등으로 미뤄볼 때 김대통령의 시행착오를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을 뿐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야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면서 ‘한나라당 주장이 결국 옳았다’는 것을 부각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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