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긴급현안질문은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이 사회권을 신상우(辛相佑)부의장에게 넘겨줄 수 없다고 버티면서 막판까지 진통을 겪다가 오후 들어 사회권을 넘겨 간신히 성사됐다.
○…박의장은 이날 오전 출국금지된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실 점거농성을 풀지 않으면 사회권을 넘겨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신부의장은 이날 오전 11시경 3당 수석부총무들을 불러 타협안을 모색했으나 10여분만에 회담이 결렬.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수석부총무는 “의장실 농성은 출국금지된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긴급현안질문과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며 의장실 농성을 풀 의사가 전혀 없음을 밝히자 자민련 이양희(李良熙)수석부총무는 회담결렬을 선언하고 방을 뛰쳐나왔다.
신부의장은 이어 국회의장실 농성현장을 둘러보는 등 분위기를 파악하기도 했으나 농성의원들은 “박의장이 우리를 검찰에 고발해놓고 무슨 소리냐”며 강경한 태도.
○…오후 들어서도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가 신부의장실에 찾아와 절충을 벌였으나 의장실 농성에 참여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농성을 풀 수 없다고 버티면서 오후 2시 본회의는 일단 연기됐다.
그러던 중 박의장이 오후 3시반경 구창림(具昌林)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모처럼 여야 대화분위기가 높아져가고 있어 사회권을 신부의장에게 주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일거에 문제가 해결됐다.
박의장은 그러나 “한나라당 일부의원들이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의장은 “내가 한나라당의원 몇사람도 설득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회의장을 할 것인지 자괴감도 느낀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본회의 사회를 보는 이상의 기능을 가질 수 있느냐”고 자탄했다고 의장실의 한 관계자가 전했다.
또 “앞으로 국회를 어떻게 끌고가느냐의 문제는 각 당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여전히 심기가 불편한 상태임을 엿볼 수 있었다.
한 측근은 “박의장이 오늘 오전 사회권을 넘기기를 거부한 것은 여야 모두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의장실이 점령당했는데도 국민회의 지도부가 위로나 전화 한 통 걸지 않았다는 데 섭섭해했다”고 전언.
이날 박의장이 사회권을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회의 한총무는 “의장께서 큰 결단을 내렸다”며 “한나라당도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 소속 의원 1백36명 전원의 명의로 3일 연속 법안을 변칙처리한 김봉호(金琫鎬)국회부의장의 본회의 사회를 거부하겠다는 공문을 정식으로 통보했다.
〈윤영찬·김정훈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