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7일 “내각제개헌은 현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국민에게 한 약속인 만큼 반드시 지킬 것이지만 지금은 경제가 어려우니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하지 않으면 브라질처럼 외환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도처에 있으므로 금년을 잘 넘겨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개헌논의로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된다”고 말해 연내 내각제개헌 공론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내각제개헌 합의 당시엔 외환위기를 예측하지 못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올해 미진한 공공부문 개혁 등 경제구조조정의 지속적이고 차질없는 추진을 위해서는 사회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내각제개헌이 공론화되면 정국이 바로 그 문제로 함몰될 것이라며 실업자가 1백60만∼1백70만명이나 되는 상황에서는 당분간 경제우선정책을 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개헌시기와 관련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는 서로 모든 것을 얘기하고 모든 것을 이해하는 사이”라며 “두 분이 잘 알아서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해 두사람 사이의 사전교감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국민은 대통령제를 선호하지만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것도 국민여론이라고 전제하고 김대통령은 역사인식에 바탕해 약속을 어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론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얘기하고 있으나 지금은 그런 것을 논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민련 이완구(李完九)대변인은 “권한 밖에 있는 사람들이 중대한 국가적 문제를 경솔하게 언급함으로써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에게 걱정과 함께 불안을 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각제개헌은 이미 국민 사이에 믿음과 신의의 차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문제로 이것이 깨질 경우 국가경영에 엄청난 부정적 파급효과가 미칠 수 있음을 우리 당은 주목한다”고 말했다.
〈임채청·윤영찬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