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는 장재식(張在植)위원장의 인사말과 재정경제부 보고, 의원들의 질의 순으로 진행됐으나 보고도중 의원들이 “재경부가 책임회피 보고로 일관하고 있다”며 반발, 의사진행이 다소 삐거덕거렸다.
국민회의 이윤수(李允洙)의원이 먼저 “재경부는 IMF 관리체제를 맞게 된 것이 재벌회사 몇개가 부도나고 일부 동남아 국가들의 파탄 때문이라고만 설명하고 있다”며 보고 부실을 문제삼았다.
자민련 정우택(鄭宇澤)의원도 “재경부가 환란책임을 통감한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이 단지 ‘재경원이 책임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 무책임한 말만 하고 있다”고 비난.
일부 의원들은 “재경부가 보고자료를 오늘 새벽에야 보내왔다”며 부성실한 자세를 비판했다.
이에 이규성(李揆成)재경부장관은 “표현의 정확성을 기하지 못해 죄송하다. 앞으로 명심하겠다”며 사과.
한편 장재식위원장은 “이번 국정조사에서는 경제파탄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권력형 비리도 철저히 파헤쳐 국민 앞에 실체적 진실을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원들은 재경부의 답변태도에 대해 다소 상이한 자세를 보였다.
국민회의 정세균(丁世均)의원은 종금사에 대한 구 재경원의 부실감독 책임을 따진데 대해 김호식(金昊植)기획관리관이 곧바로 시인하지 않자 “진솔하게 답변하거나 아예 답변을 말든지 해야지 왜 책임회피에 급급하냐”고 비난.
이윤수의원도 “지금의 재경부를 탓하는 게 아니라 과거 정권의 잘못을 얘기하는데 왜 구 정권을 비호하느냐”며 고성.
그러나 종금사 감독부실 문제를 놓고 이규성장관이 “재경원에 책임이 있으나 내가 법률적으로 직무유기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하자 정우택의원이 계속 따져들었고 국민회의 추미애(秋美愛)의원은 “추후 증인신문에서 가리자”고 재경부를 엄호하는 등 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청문회장인 국회 501호실은 여당만의 단독청문회에도 불구하고 각당 관계자와 보도진, 재경부 직원들로 꽉 들어차 경제청문회에 대한 관심을 반영.
오전10시경 회의장에는 1백여명의 취재진이 입장했고 재경부 간부 대부분이 회의장 주변에 진을 쳐 재경부를 옮겨놓은듯한 분위기.
국민회의 자민련 고위당직자들의 지원방문도 줄을 이어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과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는 오전11시경 회의장에 입장, 30여분간 질의응답과정을 지켜봤다.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 한화갑(韓和甲)총무도 들러 의원들을 격려.
○…10시 개최키로 했던 청문회는 청와대관계자의 내각제 개헌 유보발언에 불만을 품은 자민련측이 같은 시간 국회의장실에서 열리는 여야 총무회담을 지켜보자며 재경부의 기관보고를 오후2시로 미루자고 제안, 한 때 혼선.
이때문에 국민회의와 자민련 사이에 “지금 하자” “오후로 미루자”는 줄다리기가 벌어졌고 장재식위원장은 급히 국민회의 조대행 및 한총무 등과 전화접촉을 갖고 대처방안을 숙의.
결국 조대행이 자민련측에 전화를 걸어 협력을 요청했고 자민련도 내각제문제를 연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정리, 청문회는 예정대로 시작.
〈이원재·윤영찬기자〉w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