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공방 휴전]「속내」확인후 일단 「불씨」 덮어

  • 입력 1999년 1월 19일 19시 27분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치열했던 내각제 공방 1라운드가 소강국면에 들어섰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는 19일 주례회동 이후 내각제와 관련한 아무런 발표를 하지않는 방법으로 논란의 불씨를 일단 덮었다. 불꽃튀는 ‘대리전’을 펼쳤던 청와대비서실과 자민련도 이에 앞서 ‘휴전’에 합의, 15일 자민련의 대전교례회에서부터 불붙은 난타전이 잠복상태에 접어든 셈이다. 양측 모두 더이상의 확전이 공동정권의 장래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1라운드는 내각제문제의 향배와 관련해 몇가지 의미를 갖는다.

먼저 양측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김대통령과 국민회의는 ‘연내 개헌’이라는 합의사항을 지킬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반면 자민련은 합의준수를 강조하면서 “약속파기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 과정을 통해 양측의 주장과 논리 또한 명료하게 정리됐다.

청와대측은 △개헌합의후 IMF변수가 돌출했다는 ‘상황변경론’ △개헌추진시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경제우선론’ △국민여론이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다는 ‘국민지지론’ 등을 연내개헌 불가의 이유로 들었다.

이에 자민련은 △개헌합의 당시에도 IMF징후가 있었고 △약속을 안지키면 오히려 정국불안으로경제가악화되며△김대통령이 약속을 지킨다고만 하면 내각제지지도가 급상승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둘째, 김대통령의 ‘대세몰이’가 어느정도성공했다는점이다.

자민련이 대전교례회에서 선수를 쳤지만 김대통령은 이를 기회로 역이용, 개헌연기론을 확산시키는 성과를 거뒀다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가 휴전에 선뜻 합의한 것도 ‘치고 빠지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핵심변수는 김총리의 ‘애매한’ 태도다. 이 때문에 김대통령과의 밀약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고 이것이 연기론쪽으로 ‘쏠림현상’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셋째, 한나라당의 개입이 본격화한 대목이다.

이회창(李會昌)총재가 “한나라당의 동의없이는 개헌논의가 불가능하다”고 천명함으로써 향후 개헌논의는 3각구도하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몇가지 요인들은 이날 휴전합의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언제든지 재연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늦어도 경제청문회가 마무리되는 내달 중순까지는 김대통령과 김총리가 담판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내각제에 대한 최종결론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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