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특히 19일 여권이 내각제 공방을 당분간 자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리하자 그 배경을 나름대로 분석하는 등 분주했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내각제개헌문제가 공론화됐는데도 불구하고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침묵을 지키는 것을 볼 때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측이 상정하고 있는 최악의 상황은 김총리가 청와대와 국민회의의 내각제 연기 움직임에 동조하는 것.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임기말에 개헌이 이루어지면 대통령선거를 통해 차기집권을 하겠다는 이총재의 기대 자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총재는 내각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방향을 묻는 질문에 “여권의 내각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겠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그는 “임기말 개헌이나 이원집정부제식 개헌 추진은 장기집권을 위한 정략적 음모인 만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내각제개헌이 김대통령 임기말로 연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청와대와 국민회의를 집중 공격했다.
안대변인은 성명에서 “경제위기를 구실로 내각제 약속을 파기하려는 움직임은 DJ식 말바꾸기의 전형”이라면서 “공동정권의 대국민 공약에 대한 신뢰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또 국민회의가 자민련의 내각제 연내 개헌 요구를 저지하기 위해 한나라당 의원빼내기를 다시 시도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국민회의가 정계개편을 통해 힘을 비축해 자민련의 요구를 묵살하려 할 가능성이 있으나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아일보 조사결과 한나라당 의원중 30% 이상이 내각제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이 내각제로의 당론 변경을 요구할 경우 파장이 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당내 일각에서는 여권의 내각제 공방에 끌려만 갈 것이 아니라 역으로 정국운영의 지렛대로 내각제문제를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론이 대통령제인 한나라당의 고민은 내각제 연내 개헌에 찬성 또는 반대를 분명하게 공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당분간 여권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공동여당 틈새벌리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