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위당직자는 19일 청와대와 자민련 사이의 내각제 갈등을 얘기하다 불쑥 “문제는 총리”라고 말했다. 청와대측과 한판 승부를 벌이려면 무엇보다 ‘공동정권을 깰 수 있다’는 김총리의 의지가 분명해야 하는데 최근 청와대측의 잇단 약속 파기 발언에도 말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 점이 불투명하다는 불만이었다.
그는 “총리는 본래 주변에서 밥상을 다 차려놓은 뒤에야 수저를 드는 분”이라며 “그 양반 속을 알 수가 있어야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두달 내에 총리가 한국 정치사의 존경받는 인물로 남느냐, 아니면 지조없는 인물로 정치권에서 매장되느냐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가시돋친 경고를 덧붙였다.
중진급의 H의원은 “일부에서는 김총리가 내각제 개헌을 위해 총리직을 던지고 당에 올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볼 때 김총리는 총리직을 ‘엔조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총리가 민자당 시절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맥없이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지지 선언을 했던 전력도 이같은 불신 기류를 부추기는 한 요인.
일부 의원들 사이에는 “내각제 개헌 투쟁에 나섰다가 공연히 우리만 오리알 신세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총리가 그럴 리 없다”는 시각이 더 많은 편.
이완구(李完九)대변인은 “총리의 결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여러번 느꼈다”면서 “때로는 침묵이 화려한 웅변 보다 더 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