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사실은 재경원 경제정책국이 97년7월23일 작성, 강전부총리에게 제출한 18쪽 분량의 ‘바트화와 기아―상이한 문제인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경제정책국은 또 그해 9월과 10월 추가로 외환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는 두 건의 보고서를 강전부총리에게 제출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본보가 20일 입수한 ‘바트화와 기아―상이한 문제인가’라는 경제정책국 문서에 따르면 경제정책국은 ‘현재의 금융상태가 매우 위험한 상태로서 앞으로 통화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특히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취약할수록 통화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취약성 정도를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금융감독체제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우리나라의 금융관행은 그야말로 변칙과 탈법이 횡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통화위기가 어느 정도 심각하게 나타날 것인가는 우리 정부와 기업에 달려 있다’고 위험성을 환기시켰다.
보고서는 특히 ‘정부는 기아 등의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처리계획을 가급적 조기에 발표하고 단호하게 추진, 국내외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사태의 본질이 금융산업의 취약성 및 기업경영체제의 불합리성에서 연유하고 있다’며 ‘금융산업 구조개혁조치를 더욱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당시 경제정책국장이었던 이윤재(李允宰)청와대경제비서관은 “97년 IMF로 가기 전 세차례나 강전부총리에게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그는 그냥 ‘알았다’는 반응만 보였다”고 말했다.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한 위원은 이 보고서를 “외환위기 가능성을 경고한 최초의 재경원 내부보고서”라며 “청문회 증인신문 때 강전부총리의 정책판단상의 오류를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