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 단독회동 說만 양산…국민들 의혹 증폭

  • 입력 1999년 1월 20일 19시 13분


내각제개헌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청와대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공방은 외견상 일단 주춤해졌지만 정치권과 국민 사이의 궁금증은 전혀 걷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무엇이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혼란만 더욱 가중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같은 혼선을 부채질하는 주요인은 내각제개헌문제의 두 당사자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측에서 주고 받고 있는 ‘선문답’이다. 19일의 독대 이후 양측에서 나온 발언들을 보면 돌아가는 상황을 종잡을 수가 없다.

“두분이 정치를 포함한 국정전반에 관해 상당히 심도있고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 “두분은 모든 것을 말씀하고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사이다.”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나마 알맹이가 있는 발언은 김총리가 자민련 이완구(李完九)대변인을 통해 밝힌 “내각제의 ‘내’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말에도 무슨 복선이 깔려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두 사람의 입에서 내각제논의여부와 그 내용에 대해 이렇다할 얘기가 나오지 않자 온갖 추측과 억측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경제청문회 등 주요정치일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치권은 청문회보다 내각제문제에 더욱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두 사람이 내각제개헌연기에 합의했다느니,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합당을 논의중이라느니, 온통 불명확한 설들만 짜증스러울 정도로 양산되고 있다.

이런 해석과 관측을 가능하게 하는 단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정할 만한 것도 아니다.

이런 와중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에는 서로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기 위한 신경전이 치열하다. 선문답의 ‘행간’을 놓고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개헌연기의 ‘상황종료’를 기정사실화하려 하고 있다. 반면 자민련과 총리실은 “변한 것이 없다”고 반박한다. ‘합당론’을 놓고도 한쪽에서는 이를 진화하느라, 다른 쪽에서는 이를 부추기느라 부산하다.

이같은 혼돈상의 근본적인 책임은 김대통령과 김총리 두 사람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일련의 현상들을 두 사람간에 벌어지는 고도의 ‘정치게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게임을 유쾌하게 즐기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두 사람과 정치권에 대한 비판적 여론만 확산되는 분위기다.

두 사람이 내각제개헌에 대한 공론화의 시기를 미루기로 밀실에서 합의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개헌논쟁은 결론을 내려야 할 단계까지 진행됐다. 개헌에 대한 양측의 주장과 속셈까지도 이미 다 노출됐다.

두 사람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이 빠른 시일내에 담판을 통해 개헌에 관한 공개적인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청와대는 “얘기가 잘 됐다”는 막연한 ‘이면합의설’만 흘릴 것이 아니라 진전이 있다면 구체적인 논의내용을 공개해야 하고 김총리도 고리타분한 ‘침묵행보’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고 소모적인 개헌논쟁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청문회와 정치개혁 등 당면 정치현안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작금의 상황은 두 사람의 빠른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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