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총선을 앞두고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전신)에 긴급수혈된 이총재는 지난 3년간 간난(艱難)의 세월을 견뎌왔다. 대법관출신으로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거치면서 얻은 ‘대쪽 이미지’를 바탕으로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꾀했지만 여의치만은 않았다.
낙점(落點)이 아니라 경선을 통해 집권당 대통령후보를 거머쥐었으나 아들 병역문제 등으로 곤욕을 치르다 결국 정권을 내주는 쓰라림을 맛봐야 했다.이어 정권 재창출 실패의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극복하고 지난해 8월 총재경선을 거쳐 재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총재가 된 뒤 총풍(銃風) 세풍(稅風)사건 등 여권의 총공세가 이어졌고 당내에서는 비주류의 흔들기가 끊임없이 계속돼 한시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이총재는 특히 동생 회성(會晟)씨가 세풍사건으로 구속된 뒤 철저하게 야당투사로 변신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근 당소속 의원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해 협조를 부탁하고 시민단체 대표나 원로정치인 등과 만나 조언을 구하고 있는 것도 변신의 일환이다.
또 일반인들의 손을 덥석 잡고 자연스레 인사하는 등 귀족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대중정치인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지난해말 국회 529호실 사건 이후에는 정치생명을 건 대여 강경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총재가 ‘혹독한 통과의례’를 거치면서 집권당 대통령후보에서 야당총재로 단기간에 ‘압축성장’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지도력 부족과 독단적인 당운영 등에 대한 불만이 당내외에서 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총재는 비주류 등의 불만을 수렴해 당내 분란을 막아야 할 뿐만 아니라 여권의 ‘이회창 죽이기’공격에도 맞서 싸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내각제개헌을 둘러싼 정치권의 지각변동이나 점점 엷어지고 있는 대쪽이미지도 그에게는 부담이다.
이총재가 2002년 대선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그의 노력에 달렸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